[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오는 2025년 11월 8일부터 12월 31일까지 3층 전시장에서 김범수 작가의 개인전 'Beyond Cinema – 감성의 재구성'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상영 시스템의 확산으로 사라져가던 아날로그 필름을 현대미술의 매체로 재탄생시켜, 시간과 감정, 기억의 흔적을 회화적 구조 속에 재구성한 새로운 감성미학을 선보인다.

[사비나미술관]김범수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사비나미술관]김범수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폐필름의 재생, 기억의 예술로 
김범수 작가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35mm, 16mm, 8mm 등의 영화필름을 절단하고 재조합해 좌우 대칭의 기하학적 패턴과 원형 구조를 만든다. 필름은 더 이상 영상의 매체가 아닌, 감정과 기억이 응축된 물질로 변모한다. 작가는 필름의 흐름을 멈추고 조각낸 단면을 평면에 고정함으로써 ‘시간의 박제’를 시도한다.

LED 조명이 내부에서 필름을 비추며 숨겨진 이미지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관객은 정지된 감정의 장면을 마주한다. 흐르던 영화의 시간이 멈추는 순간, 필름은 추억과 감정의 유물로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디지털 시대의 유물, 감성의 재조립
전시 제목인 ‘Beyond Cinema’는 ‘영화를 넘어서’라는 선언이다. 김범수는 영화가 지닌 서사와 감정의 구조를 해체해 색면과 리듬, 구조적 감성으로 번역한다. 필름은 더 이상 이미지를 담는 매체가 아니라 감정의 물질이며, 작가는 그 파편들을 정렬해 인간 감정의 보편적 구조를 시각화한다.

사랑, 상실, 꿈, 기억 등 시간 속에 흘러간 감정들은 화면 속에서 추상적 형태와 색의 진동으로 재현되며, 이는 영화의 서사를 초월한 ‘감성의 구조화’로 이어진다.

조각적 감각의 평면화-공간의 재해석
조각을 전공한 김범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허물며 시지각적 깊이를 창출한다. 물리적 평면 위에 배치된 필름 조각들은 겹침과 투과, 색의 대비를 통해 입체적 리듬을 형성한다.

이는 조각의 공간 감각을 회화로 전이시키는 시도로, 단순히 매체의 변화를 넘어 ‘형식의 진화’를 보여준다. 관객은 화면의 얕은 깊이 속에서 다층적 시선을 경험하며, 정지된 구조 속에서도 살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감지한다.

[사비나미술관]김범수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사비나미술관]김범수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정지된 시간, 응축된 감정
김범수의 작업은 영화의 ‘운동성’을 정지시키는 데서 시작된다. 그는 필름의 흐름을 멈추고, 감정을 색과 구조로 응축시킨다. 시간의 흐름을 봉쇄함으로써 오히려 그 안에서 더 강렬한 감정의 여운이 피어난다. 작가가 말하는 ‘시간의 박제’는 단절이 아닌 ‘영원의 한 순간’으로의 전환이다.

감성의 재구성, 예술의 확장
'Beyond Cinema – 감성의 재구성'은 단순한 매체 실험을 넘어 기억·감정·시간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는 자리다. 김범수는 영화, 조각,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흘러가는 예술’을 ‘정지된 감성’으로 재구성하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언어적 확장을 제시한다.

김범수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개인전으로 'Beyond Description'(세종문화회관미술관, 2021), 'Sacred Cinema'(Pontone Gallery, 런던, 2019), '감성 도시'(사비나미술관 협업, 2018) 등이 있으며, 'Art Miami'(2023), 'Expo Chicago'(2024), '영감의 원천'(와지엔키 왕궁박물관, 바르샤바, 2020) 등 다수의 국제전시에 참여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CJ문화재단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디지털 시대의 기억을 회화로 번역하는 김범수의 이번 전시는, 사라진 감성의 필름을 다시 빛으로 소환하며, 예술이 시간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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