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안무를 맡은 국수호 안무가가 작품의 창작 방향과 안무적 실험 과정을 밝혔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진행된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국수호 안무가는 이번 작품을 "한국 전통 연희의 정서를 바탕으로, 현실과 신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체적 서사극"이라 정의하며, "태권도·택견 같은 전통 무예와 K-POP 안무 문법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활극 무용극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국수호 안무가는 먼저 "'홍길동이 온다"는 대단히 추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길동은 신적인 존재이자, 부패한 질서를 뒤집는 인간적 저항의 상징"이라며 "이 두 세계를 잇는 것은 결국 '몸'이다. 인물들의 욕망과 소원, 그리고 사회적 갈등이 어떻게 몸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을지를 중심에 두고 안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관객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직감하도록 만들고 싶다"라며 "무용이 의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가 의미가 되도록, 서사와 안무가 완전히 결합된 형태를 지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실의 무대 위에서 신화적 장면을 구현하다
이번 작품은 공중 활공, 아크로바틱, 그리고 태권도와 택견을 중심으로 한 무예적 동작 등 역동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국수호 안무가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현실적 감각에 맞게 '신화적 장면을 실제로 구현하는 무대'를 만들자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길동이 온다'가 단순히 의미만 있는 작품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립극장이 진정한 '한국형 가족 연희극'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라며 "연말에 상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처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적 무용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번 안무는 무대 구조상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형태로 구성된다. 그는 "이 공연은 두 달 동안 공연되는 대형 무용극으로, 마치 뮤지컬처럼 현실과 환상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차이점은 모든 장면이 눈앞에서 즉시 실현된다는 점"이라며 "그만큼 신체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부상을 방지하고 완벽한 완급 조절을 위해 매일 한 시간씩 기본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태권도 선수 출신의 퍼포머 약 5명과 함께 집중 스터디를 진행 중이며, 공중 활공 장면과 무예 장면이 실제적인 리얼리티와 시각적 스펙터클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K-POP의 리듬과 전통의 호흡이 만난다 ... 새로운 세대의 신체 언어
국 안무가는 "최근에는 K-POP 안무를 연구한 유학파 조안무가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라며 "태권도의 강렬함, 전통무용의 선(線), 그리고 K-POP의 리듬감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신체 언어를 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성국 작곡가의 음악이 완성되는 대로 2~3일 내에 안무가 완성될 예정이며, 열흘 안에는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의 움직임을 만나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수호 안무가는 이번 '홍길동이 온다'를 "한국 전통의 정서와 현대의 신체성이 공존하는 장르 융합형 작품"이라 정의하며, "태권도와 K-POP, 연희와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한국형 활극 안무'를 통해 한국 무대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무대는 단순히 춤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 자체가 언어가 되는 순간을 보여줄 것이다. 관객은 한국의 몸짓을 통해 세계적 상상력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창작의 확신을 전했다.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는 조선시대 대표 영웅 서사인 '홍길동전'을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겪었던 불합리한 세상을 청년실업·사회적 단절·불평등 등 오늘날 현실 문제들과 교차시켜 풀어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웃음과 흥 속에서 정의와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작품은 마당놀이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로 오늘의 관객에게 공감과 울림을 전한다. 11월 28일(금)부터 2026년 1월 31일(토)까지 하늘극장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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