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르카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감정의 회화적 지형
전시장소: 페로탱 파리 (Perrotin Paris, 76 Rue de Turenne, Paris)
전시기간: 2025년 10월 18일 – 12월 20일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스페인 출신 작가 크리스티나 반반(Cristina BanBan)의 개인전 ‘로르키아나스(LORQUIANAS)’가 2025년 10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페로탱 파리(Perrotin Paris)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형 회화와 종이 작품으로 구성된 신작들을 통해 여성의 내면적 복잡성과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는 반반의 예술 세계를 한층 확장시킨다.

크리스티나 반반 Luto y ajuar, 2025-캔버스에 유채 243.8-213.4cm 사진제공 페르탱
크리스티나 반반 Luto y ajuar, 2025-캔버스에 유채 243.8-213.4cm 사진제공 페르탱

이 프로젝트는 2025년 5월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미술관(Museo de la Alhambra)에서 열린 첫 기관 전시를 기반으로 발전된 것으로, 스페인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의 고향 그라나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로르카의 대표작인 '예르마(Yerma)',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The House of Bernarda Alba)', '피의 결혼식(Blood Wedding)' 속 등장인물과 상징들이 이번 전시의 개념적 기반을 이룬다.

크리스티나 반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 2025년. @Albert Font. 작가와 페로탱 제공
크리스티나 반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 2025년. @Albert Font. 작가와 페로탱 제공

로르카의 정서를 색으로 옮기다
전시의 중심에는 로르카의 시적 세계를 반영하는 대형 회화들이 자리한다.
반반의 신작 〈예르마〉(Yerma, 2025)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의 절망과 사회적 억압을 표현한 로르카의 1934년 비극을 회화로 재해석한다.

작가는 녹색과 갈색, 푸른빛이 교차하는 들판 위에 두 여성 인물을 배치한다. 한 인물은 슬픔에 잠겨 몸을 웅크리고 있고, 다른 인물은 조각상처럼 곧게 서 있다. 두 인물은 서로 대조되면서도 공통의 취약함을 공유하며, 모성, 욕망, 체념, 감정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루토와 어후아르〉(Luto y Afuar)에서는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속 억압된 여성 관계를 다루었다. 검은 옷을 입은 노년의 여성들이 젊은 세대를 마주 보며 대립과 존중이 교차하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붉은색과 노란색 의자, 살짝 드러난 다리 등 일상의 사물들이 엄숙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자아내며, 로르카가 탐구했던 ‘전통과 욕망의 충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크리스티나 반반, 멀티터드(세부), 리넨에 유채. 작가와 페로탱 제공
크리스티나 반반, 멀티터드(세부), 리넨에 유채. 작가와 페로탱 제공
크리스티나 반반-라 사파네라 프로디지오사 2025-린넨에 오일 228.6-182.9cm 사진제공-페르탱
크리스티나 반반-라 사파네라 프로디지오사 2025-린넨에 오일 228.6-182.9cm 사진제공-페르탱

연극, 가면, 그리고 변형의 미학
반반은 또한 로르카의 상징적 어휘를 간접적으로 차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중(Multitude)〉에서는 가면을 쓴 인물들의 행렬이 등장하는데, 이는 로르카가 사랑했던 안달루시아의 민속 축제와 그의 희비극의 카니발적 장면을 연상시킨다.

집안의 항아리나 주전자 같은 오브제는 삶과 죽음을 상징하며, 로르카가 일상 사물을 운명의 은유로 사용했던 전통을 이어간다.ㅋ
수직으로 길게 구성된 〈비너스(Venus)〉와 〈클라운(Clown)〉은 다산과 기교, 관능과 부조리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딥틱으로 전시된다.

나체의 원초적 형상을 통해 표현된 ‘비너스’는 고대 신화의 원형을 떠올리게 하며, ‘클라운’은 가면과 연극의 개념을 통해 로르카가 탐구했던 ‘정체성과 연기된 자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크리스티나 반반-멀티터드 2025. 린넨에 오일 243.8-213.4cm 사진제공-페르탱
크리스티나 반반-멀티터드 2025. 린넨에 오일 243.8-213.4cm 사진제공-페르탱

파리에서 공개된 새로운 회화들
이번 파리 전시에서는 새로운 작품들이 추가로 공개된다.
〈La Zapatera Prodigiosa〉, 〈Muchachas de Agua〉, 〈Clown II〉는 로르카의 세계관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대표작들이다.

〈La Zapatera Prodigiosa〉는 로르카의 1930년 희곡 《신기한 구두수선공의 아내》를 기반으로, 결혼 제도와 사회적 시선 속에서 억압된 여성의 저항을 대형 인물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Muchachas de Agua〉에서는 ‘물’이라는 로르카적 상징을 통해 생명력과 변화, 그리고 운명의 흐름을 묘사하며, 여성의 신체가 서로 얽히고 해체되는 유동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Clown II〉는 희극과 비극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인물을 통해 로르카의 ‘가면의 미학’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반반은 이 신작들을 통해 로르카의 예술을 단순한 과거의 참조가 아닌, **‘욕망과 투쟁, 변형의 에너지로 살아 있는 예술적 언어’**로 새롭게 되살려냈다.

크리스티나 반반-예르마, 2025-린넨에 오일. 243.8 × 213.4cm 사진제공-페르탱
크리스티나 반반-예르마, 2025-린넨에 오일. 243.8 × 213.4cm 사진제공-페르탱

작가 크리스티나 반반-신체와 감정의 회화
198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 프라트(El Prat) 출생, 현재 미국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크리스티나 반반은 여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한 강렬한 회화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는 유럽 모더니즘의 형상화 전통과 추상적 제스처를 결합하여, 역동적이면서 감정적인 인체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캔버스 속 풍만한 인물들은 자유로운 붓질과 중첩된 색면으로 구성되며, 감각적 질감과 내면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독특한 회화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크리스티나 반반(Cristina BanBan) 개인전 ‘로르키아나스(LORQUIANAS)’  사진제공-페로탱
크리스티나 반반(Cristina BanBan) 개인전 ‘로르키아나스(LORQUIANAS)’  사진제공-페로탱
크리스티나 반반(Cristina BanBan) 개인전 ‘로르키아나스(LORQUIANAS)’ -사진제공 페로탱 
크리스티나 반반(Cristina BanBan) 개인전 ‘로르키아나스(LORQUIANAS)’ -사진제공 페로탱 

21세기의 로르카적 대화
‘로르키아나스’는 문학과 회화, 시와 감정,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의 장이다.

반반은 로르카가 남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여성의 시선과 현대적 감성으로 다시 풀어내며, 그의 상징과 언어를 오늘날의 예술적 언어로 번역한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예술 경력 중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로 평가되며, 문학·역사·페미니즘을 교차하는 회화적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크리스티나 반반-사진제공 페로탱
크리스티나 반반-사진제공 페로탱

전시 정보
전시명: 크리스티나 반반 개인전 '로르키아나스 LORQUIANAS'
전시장소: 페로탱 파리 (Perrotin Paris, 76 Rue de Turenne, Paris)
전시기간: 2025년 10월 18일 – 12월 20일
매체: 유화, 종이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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