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임재범은 정규 8집 작업과 40주년 투어를 동시에 준비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년 8개월 만의 신곡 공개, 그리고 '인사'로 시작된 이번 행보는 축하와 감사를 전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진 예술적 기준과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기자간담회 내내 그가 반복한 키워드는 '감사', '책임', 그리고 '신중함'이었다.
가수 임재범의 데뷔 40주년 정규 8집 신곡 '인사' 기자간담회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진행했다. 작곡가 김이나가 이날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았다.
"지금 8집을 준비 중이고 40주년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담담한 말로 간담회를 연 임재범은 4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묵직한 고백을 이어갔다. 젊은 시절에는 겁 없이 음악을 시작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 하나에도 책임과 무게가 더해졌다고 했다. "음악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그의 고백은 익숙한 카리스마 뒤에 놓인 엄격한 자기 검열을 보여준다. 한때 "이 정도면 됐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녹음 이후에도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고, 스태프의 의견을 묻고 또 묻는 과정이 필요해졌다고 했다. 그 결과로 때론 ‘미련’이 남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간담회의 중심에는 정규 8집의 선공개곡 '인사'가 있었다. 임재범은 이 노래를 단순한 신곡이 아닌 팬들과 인생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 노래 가사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팬들에 대한 감사, 신(神)에 대한 감사,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로도 들릴 수도 있겠어요"라는 발언은 곡이 지닌 정서적 깊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녹음 이후 그는 프로듀서·스태프들과 함께 가사를 다시 읽으며 울컥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인사'는 먼저 공개되어야 한다고 고집한 곡이었다. "여태 기다려주신 분들을 위해 이 곡만큼은 먼저 발표하고 싶었습니다"라는 그의 결정은 개인적 진정성과 팬에 대한 예우가 맞물린 선택이었다.
곡 작업과 더불어 그는 보컬적 태도에도 변화를 밝혔다. 과거의 힘으로 밀어붙이던 방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나이에 걸맞는 소리, 듣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소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노래가 노래로 들리게끔'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기교가 아니라 전달력, 그리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목소리를 우선하는 그의 현재 지향을 보여준다. 그는 "예전에는 힘으로 처리하려 했다면 이제는 절제와 전달이 중요해졌어요"라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 공개된 앨범 관련 주요 곡들도 화제였다. '니가 오는 시간'은 잡을 수 없는 그리움과 반복되는 이별의 정서를 담은 곡으로 소개되었고, 김이나 작사가와의 협업곡 'Life is Drama'(라이프 이즈 드라마)도 투어 전 공개될 곡 중 하나로 언급되었다. 이 외에도 '홀로 걷는 오후', '항해' 등 여러 트랙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항해'는 공연 오프닝의 테마로 구상 중인 곡이라고 밝혔다. 앨범 전체에 걸쳐 임재범은 "하나하나 완성도를 기하며, 투어 시작 전에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다만 앨범 발매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라면서도 "공연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 정성스럽게 한 곡씩 발표하겠습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투어 일정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우선 11월 29일 대구에서 출발해 인천 등 여러 도시를 돌겠다"는 말은 40주년 투어가 본격적인 전국 순회가 될 것임을 알렸다. 특히 서울 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에는 "아시아에서는 드문 새로운 음향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 소개하며, 관객들이 그간 경험하지 못한 더 살아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아직 리허설 전이라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다며 공연을 앞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간담회 중 즉흥적으로 흘러나온 개인적 회고들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동료들의 축하 인사 가운데 "너 많이 늙었구나" 같은 일상적이고 진솔한 말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레전드'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선긋기를 했다. 스스로를 '레전드'라 부를 자격이 있는지는 시간을 둔 판단이라며, 오히려 조용필·패티김·윤복희 같은 선배들이 그 칭호에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시간이 레전드를 만들어준 것"이란 말로 팬과 동료가 부여한 의미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전에는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 공연의 끝난 후의 여운을 회복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안했다. 아무 것도 안 했고 다른 사람이 했다'라고 뇌가 착각을 일으키게끔 만들어 놓고 평상시 분리수거 잘하는 아빠로 돌아오려고 애썼어요"
가족과 관련된 감정선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특히 딸의 존재가 '인사' 가사에서 떠오르는 얼굴 중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딸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미안함과 고마움이 노래에 스며들어 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무대에서의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와 일상에서의 동네 할아버지 같은 부드러움은 공존하는 양면임을 인정하며, 그는 '모서리가 깎이고 날카로움이 사그라진' 자신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딸에게 감사했던 부분이요. 이 녀석한테는 항상 감사하죠. 엄마 떠나고 나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요. 청소년기에 중요한 얘기는 엄마한테 많이 한다고들 얘기 들었어요. 딸들이 하는 중요한 고민들, 엄마한테 얘기하고 상담도 했었어야 하는데 엄마없이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아빠로서 많이 미안했어요.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지만 그 순간들이 많이 미안했고 너무너무 감사했던 시간입니다"
뮤직비디오 촬영과정에 대해서도 소회가 있었다. 감독과의 호흡, 촬영 중의 혹독한 날씨와 몸 컨디션 등 현장의 어려움을 에피소드로 전하며 작업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연출을 맡은 박규민 감독은 '메이킹 다큐' 같은 접근을 취했다고 밝혔고, 임재범은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연출 방식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임재범은 팬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팬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번 공연과 앨범에서 인사로서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은 이날 발표된 '인사'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해 보였다. 그는 또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40주년의 숙제를 하나하나 마무리한 뒤에야 다음을 생각하겠습니다"라는 신중한 계획을 재확인했다.
"40주년 이후는 아직 제가 생각을 안해봤습니다. 남겨진 숙제들을 다 해결하고 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녹음도 최선을 다하고 심사위원으로서의 책임도 다하고 난 이후에 글쎄요, 50주년을 할 수 있을지 60주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어떤 모습, 어떤 곡으로 만나 봬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하겠습니다"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단순한 신곡·투어 발표를 넘어 한 뮤지션의 시간과 목소리, 그리고 청중에 대한 태도를 들여다보게 했다. 임재범은 강렬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익숙한 '무대의 지배자'였지만, 이회에서는 그간의 힘을 절제하고 감사를 노래로 환원하려는 성숙한 아티스트의 면모가 두드러졌다. '인사'는 그가 오랜 시간 음악을 통해 쌓아온 것들에 대한 답례이자, 앞으로 남길 이야기의 시작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