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예술과 감각, 기술과 공동체의 경계를 허무는 포용적 프로그램 '감각 너머 2025'를 개최한다. '감각 너머'는 단순한 물리적 접근을 넘어 예술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탐색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로, 감각의 차이를 넘어선 예술적 언어를 제안해 왔다.
2025년의 핵심 키워드는 ‘미디어(Media)’다. 리움미술관은 미디어를 단순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닌, 감각적 상호작용의 매개체로 조명하며, 이를 통해 신체적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는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상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감각과 예술,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워크숍과 포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5월 21일부터 29일까지는 청각장애 청소년과 발달장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겹겹이, 감각을 편집하는 중입니다'가 리움 및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청각장애 예술가 김은설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진동과 빛, 그림자, 질감 등 ‘보이지 않는 소리의 흔적’을 시각과 촉각으로 탐색하는 새로운 표현이 실험되었다.
이어 6월 20일과 22일에는 작가이자 뉴욕대학교(NYU Tisch ITP) 교수인 송예슬이 이끄는 '검은 상자의 속삭임' 워크숍이 열린다. 촉각 센서와 피지컬 컴퓨팅 장비를 활용해 ‘촉각 언어’를 탐색하며, 참여자들이 직접 인터랙티브 오브제를 만들어 감각적 소통 방식을 구현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7월부터 8월까지는 시각장애를 가진 관객과 일반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감상법 연구 워크숍 '보자보다보니까'가 열릴 예정이다. 공연예술가 이성수와 허영균이 공동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각 중심의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각의 개입을 통해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을 모색하며, 9월에는 실제 전시장에서 실험된 감상법을 적용해 보는 시연이 계획되어 있다.
9월 17일부터 27일까지는 그간 진행된 프로그램의 결과를 공유하고 확장하는 국제 포럼이 개최된다. 이 포럼은 미디어를 감각과 기술, 신체와 사회를 잇는 예술적 통로로 바라보는 국내외 이론과 실천 사례를 소개하는 장으로, 워크숍, 퍼포먼스, 토크, 상영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특히, 프랑스 마르세유 보자르 산하 피랩 크레아시옹(PiLAB Création)과 협력한 ‘몸짓 기반 감상 워크숍’이 다시 한 번 선보인다. 수어(수화)나 언어적 해석이 아닌 ‘몸짓’ 그 자체로 작품을 감각하는 방식은 예술의 경계를 새롭게 질문하게 한다.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 김태림 학예연구원은 “'감각 너머'는 감각을 연결하는 예술 실천을 통해 열린 미술관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포용하는 예술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감각 너머'는 2021년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소규모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현재는 장애와 비장애, 예술가와 비예술가, 기술과 감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포괄적 예술 실험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2023년부터는 매년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워크숍, 강연, 포럼, 출판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과 접근성’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예술이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 간의 감각적 연대이자 공감의 언어임을 일깨우는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의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포용적 공간의 미래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