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세계 현대미술 시장의 중심, 스위스 아트 바젤 2025에서 갤러리 페로탱(PERROTIN)은 올해도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6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에서 페로탱은 자사 소속 작가들의 신작과 함께,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폭넓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압축적으로 제시했다.

니마 샤넬 애브니 잡초속에서 2025 152.4-152.4cm-사진제공 페르탕 서울
니마 샤넬 애브니 잡초속에서 2025 152.4-152.4cm-사진제공 페르탕 서울

 

페로탱은 이번 아트 바젤에서 니나 샤넬 애브니, 제네시스 벨랑제, 안나-에바 버그만, 한스 하르퉁, 린 채드윅, 이즈미 카토, 이배, 미스터, 피터 페르메르쉬 등 총 8인의 작가 단독 프레젠테이션으로 부스를 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작품 나열을 넘어 각 작가의 세계관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미스터(Mr.)의 개인전은 전후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청년 하위문화의 맥락을 기반으로 한 회화,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선보이며, 네오팝의 내면에 자리한 집단적 트라우마와 현실 도피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그의 작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에 자리잡은 정서적 파편을 예술로 승화시킨 기록이다.

대형 설치 작업을 위한 ‘Unlimited’ 부문에서도 페로탱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즈미 카토(Izumi Kato)'는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 추상과 형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에르난 바스(Hernan Bas)'는 대형 회화를 통해 독자적인 심미적 공간을 연출하며 강한 몰입감을 자아냈다.

'제네시스 벨랑제(Genesis Belanger)'는 도자기 손 조각, 모자이크 벽 부조 등 시각적 유희가 강한 작업을 선보이며, 일상 오브제를 감성적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안나-에바 베르그만(Anna-Eva Bergman)'과 '한스 하르퉁(Hans Hartung)'의 회화 및 사진 작품은 쿤스트할레 프라하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과 연계되어,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적 대화를 아트 바젤 현장에서 구현했다.

줄리안 사리에르 미드나잇 존-152 패덤즈 2025 194.5-158cm-사진제공 페르탕 서울
줄리안 사리에르 미드나잇 존-152 패덤즈 2025 194.5-158cm-사진제공 페르탕 서울

 

특기할 만한 점은 '한국 작가 이배(Lee Bae)'의 단독 프레젠테이션이다. 페로탱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3층 부스를 전담하며, 이배의 조각과 벽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숯의 물성과 내재된 시간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동양적 사유를 현대 미술 언어로 해석한 대표 사례로, 국제 미술계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주목할만한 뉴스는 페로탱과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의 첫 공식 협업이다. 오는 9월 페로탱 파리에서 열릴 그녀의 첫 개인전을 앞두고, 이번 박람회에서 미리 신작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외에도 페로탱 부스에는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JR, 클라라 크리스탈로바(Klara Kristalova),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등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이들의 회화, 설치, 사진, 조각 등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미학적 접근을 통해 동시대 시각예술의 확장된 지형을 한자리에서 보여주었다.

헤르난 바스 2025 초과달성자2호 182.9-213.4cm-사진제공 페르탕 서울
헤르난 바스 2025 초과달성자2호 182.9-213.4cm-사진제공 페르탕 서울

 

아트 바젤은 단순한 미술 시장이 아니라, 미술사적 좌표를 새롭게 재편하는 무대다. 갤러리 페로탱은 이 무대에서 예술성과 실험성, 상업성과 비평성을 아우르며 ‘현대미술의 현재’를 다면적으로 구성해냈다. 이는 단순한 참가를 넘어, 하나의 ‘예술적 선언’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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