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가나아트는 프랑스 출신 작가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Jean-Baptiste Bernadet, b.1978)의 국내 첫 개인전 'Belvedere'를 2025년 4월 30일부터 개최한다. 브뤼셀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베르나데는 이번 전시에서 대표 연작인 <Fugue> 신작 16점과 드로잉 연작 <Gray Matters>를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의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한다.

전시 제목 ‘벨베데레(Belvedere)’는 ‘아름다운 풍경’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베르나데의 추상화가 선사하는 감각적 울림을 상징한다. 비형상 회화임에도 그의 화면은 자연의 빛, 물결, 창밖의 풍경처럼 우리 안의 이미지와 감정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회화와 기억, 감각 사이의 새로운 시각적 여정을 제안한다.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 가나아트서 국내 첫 개인전 'Belvedere' 개최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 가나아트서 국내 첫 개인전 'Belvedere' 개최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Fugue' 연작은 베르나데의 회화 세계를 대표하는 작업이다. 음악의 푸가처럼, 작가는 유사한 구조를 반복하되 색과 붓질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하나의 화면에 밀도와 리듬을 쌓아간다. 유화 물감을 얇은 붓으로 겹겹이 중첩하는 방식은 작가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면서도 화면 위에 섬세한 시각적 파장을 생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명확한 중심 없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화면을 만들어내며, 관람자가 특정 지점에 시선을 고정하기보다 전체를 유연하게 유영하게 만든다. 작가의 말처럼, “하나의 선명한 소리이면서도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처럼 보이길” 원하는 그의 회화는 시각과 감성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담아낸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Fugue' 신작은 16:9 화면비의 동일한 캔버스로 구성되어, 나란히 배치된 작품들이 영화의 스틸컷처럼 시퀀스를 형성한다. 각 작품은 창문처럼 열려 있는 감각의 통로로서, 물리적 전시 공간을 넘어 관람자의 기억과 감정에 닿는 창이 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Gray Matters' 연작은 베르나데가 작업 중 사용한 종이 팔레트를 바탕으로 한 드로잉 작업이다. 물감의 얼룩과 무의식적인 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이 작품들은 단순한 부산물을 넘어, 회화적 사유의 흔적이자 감각의 기록물로 기능한다.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 가나아트서 국내 첫 개인전 'Belvedere' 개최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 가나아트서 국내 첫 개인전 'Belvedere' 개최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베르나데는,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질문한다. 그의 회화는 서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감각 그 자체를 시각화하는 언어다. 그에게 회화는 어떤 대상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닌, 비가시적인 감정을 구성하는 공간이다.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의 작품은 전통적인 풍경화의 계보와 거리를 두면서도, 마치 풍경처럼 다가오는 추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회화는 더 이상 이야기하거나 묘사하지 않지만, 관람자의 기억을 불러내고 감각을 일깨우며,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비물질적 풍경으로 남는다.

가나아트의 이번 개인전 'Belvedere'는 회화가 어떻게 감각과 기억, 내면의 흐름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다. 일상의 구체성과 분리된 화면 위에서, 베르나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깊이 있는 울림으로 관객을 사색의 풍경으로 이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