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오는 5월 3일부터 8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 2~3층에서 한국 전통건축 ‘한옥’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 '생태의 집 – 한옥'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사진, 설치, 사운드, 미디어아트, 건축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 및 건축가 12인이 참여해, 한옥을 생태적·미학적 건축물로 재조명한다.
‘왜 지금 한옥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자연과의 유기적 조화를 바탕으로 설계된 한옥이 오늘날 환경 위기와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과제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를 탐문한다. 전통 한옥의 공간 개념과 조형미, 건축 철학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서 현재성과 미래 가능성을 지닌 문화 자산임을 강조한다.
한옥의 공간은 햇빛과 바람의 흐름을 고려한 개방형 구조, 자연을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의 미학, 흙·목재·돌 등 자연 재료의 사용, 그리고 마당과 툇마루를 통한 공동체적 삶의 구현 등, 생태적 사유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본 전시는 이러한 한옥의 특성을 현대미술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해 관람객과의 새로운 감각적 소통을 시도한다.
한옥의 다층적 의미, 4개의 섹션으로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섹션 1: 자연을 담은 집
김선두, 김유정, 김준, 안윤모 작가는 회화, 설치, 사운드아트를 통해 한옥이 품은 자연의 미학과 친환경 소재의 가치를 드러낸다. 빛과 바람, 풍경이 스며드는 구조 속에서 집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방식을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섹션 2: 관계의 집
김도영, 김민주, 김홍식, 남다현, 하루.K는 한옥의 핵심 공간인 마당과 마루를 중심으로, 집이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임을 회화, 설치, 사진을 통해 조명한다. 집이 ‘머무는 공간’ 그 이상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섹션 3: 미래의 집
노치욱, 이윰은 VR과 AI 기술을 활용해 한옥 철학의 미래적 전환을 모색한다. 한옥의 구조와 사유가 디지털 공간과 만나면서 미래 주거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섹션 4: 건축 아카이브
건축집단 MA는 미국 미네소타 ‘숲속의 호수’ 프로젝트를 통해 한옥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 주거로서 한옥의 현대적 적용 사례를 통해 ‘지속 가능한 건축’이라는 명제를 실험한다.
관람객은 전시 감상 이후, 미술관 학예사의 해설과 함께 ‘채 나눔’, ‘툇마루’, ‘차경’, ‘돌담’ 등 작품 속 한옥 요소의 상징과 의미를 탐구하며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경험하거나 상상하는 한옥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우리 동네 한옥에 대한 기억을 나누며 전통건축에 대한 감수성을 확장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생태의 집 – 한옥'전은 전통 한옥의 미학을 단순히 복원하거나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예술의 언어를 통해 한옥의 본질을 사유하고 확장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철학과 공간 설계, 공동체의 윤리를 품은 한옥은 그 자체로 생태적 미래에 대한 해답을 품은 건축이다.
전시는 전통과 현대, 생태와 기술,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한옥이 동시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뜻깊은 시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