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다(I am that I am)" – 예술로 남긴 한 평생의 선언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 故 오세영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Fantasy'가 2025년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6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오세영 작가의 60여 년 예술 인생을 아우르며, 특히 생전 마지막 순간까지 작업에 몰두했던 미발표작과 대표 연작들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관람은 전면 무료로 진행되며,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오세영 작가는 1950년대부터 작가로서의 길을 걸으며, 서양의 앵포르멜 회화, 한국 전통 철학, 동양의 우주관, 불교와 기호의 상징성을 회화 속에 녹여낸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 시리즈인
'우리 인간들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2020),
'심성의 기호' 시리즈,
'기원' 시리즈,
'반도체 콜라주' 시리즈(2021~2022, 최초 공개),
'춘향전', '숲 속의 이야기', '최후의 만찬', '미래' 등
다양한 매체의 회화와 판화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심성의 기호’는 단순한 형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작가가 스스로의 삶과 철학을 꿰뚫어보며 구도자의 자세로 마주한 ‘내면의 언어’이자 ‘한국적인 우주관의 시각화’이다. 한국 고대사와 청동기 유물, 태극기의 사괘(四卦) 구조를 자유롭게 해체하고 재구성해, 무한한 우주 공간 속을 유영하는 기호적 추상의 미학으로 완성시켰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것은 오세영 작가가 작고 당일 오후까지 작업했던 미완의 시리즈다. 인간과 세계, 기호와 공간,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며 생성된 이 작품들은 마치 작가가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한 호흡을 전시장에 남긴다.
작가는 생전 인터뷰에서 “점 하나 찍고 선 하나 긋고 보니, 그것이 곧 내 마음의 거울이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의 예술은 삶의 절정에서 비롯된 절제와 통찰의 결과였고, ‘형상의 본질’을 향한 수행적 시선이었다.
오세영 작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관 초대전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주요 전시를 통해 세계미술상을 수차례 수상, 국위선양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와 인연이 깊은 이영수 박사(언론인)는 “국제적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계에서는 아직 그의 예술과 정신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부족하다”며 “이번 전시가 작가의 예술을 다시 조명하고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故 오세영 작가의 예술은 단순한 시각의 경계를 넘어선 정신적 공간의 탐색이었다. 그가 평생 추구했던 ‘삶과 예술의 합일’은 이번 'Fantasy'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사에 남을 깊은 울림으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