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미술공간(인미공) 운영 종료 앞두고 공간의 문화 자산을 미래로 연결 시도
- 신진작가 창작 플랫폼, 영상 미디어 활성화, 시각 예술 비평지 발간의 3개의 옴니버스형 전시
- 4월 10일~5월 18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전관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아르코미술관은 아르코 산하 신진 예술인 지원 공간인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의 운영 종료(2025.6)를 앞두고, 공간의 문화적 자산을 되돌아보는 전시 및 프로그램을 아르코미술관과 인미공에서 연이어 개최한다.

 

유리 16mm 필름 컬러 무음 3분 10초 제공 아르코미술관
유리 16mm 필름 컬러 무음 3분 10초 제공 아르코미술관

아르코미술관은 지난 25년의 시간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또 다른 미래로 연결하는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먼저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전시 '미니버스, 오르트 구름, ㄷ떨:안녕인사'(이하 '안녕인사')는 2025년 4월 10일(목)부터 5월 18일(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 1,2전시실 전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그동안 '인미공'이 수행한 기능 및 역할 중에서 '신진 작가 창작 플랫폼', '영상 미디어 활성화', '시각 예술 비평지 발간'이라는 세 가지 사업에 주목한다. 그리고 아르코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획자 3인(권혁규(2017년), 김신재(2017년), 김도희(2009년))가 각자의 연구와 활동을 바탕으로 이 세 가지 사업을 간접적으로 매개하는 전시를 구현한다.

 

서로 다른 3개의 전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 전시는 사라짐을 일종의 조건으로 인미공에 부여된 정체성과 역사 기술의 방식을 재고하거나(미니버스, 권혁규 기획), 오늘날 기술 환경 및 이미지의 생태계 속에서 미디어 아카이브의 불가능성을 의식하며 인접한 기술적 지지체를 통해 무빙 이미지의 장소를 고찰하고(오르트 구름, 김신재 기획), 인미공의 마지막 순간을 예술과 공간, 사람 사이의 떨림과 미시사로 새롭게 엮어내는 출간물을 선보인다(ㄷ떨:안녕인사, 김도희 기획).

 

미니버스 전시장. 제공 아르코미술관
미니버스 전시장. 제공 아르코미술관

전시장 1층의 '미니버스'는 역사 기술의 방식과 태도를 다시 생각하며 사라진 공간과 전시가 현재의 시공간에 어떻게 남을 것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사라진, 혹은 사라질 시간과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집착 대신 미결정의 상태에 주목하고, 각기 다른 '현재'의 시간들을 전시장으로 소환한다. 참여 작가들(강석호, 권오상, 김솔이, 노은주, 문이삭, 박광수, 야광)은 인미공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과 작업 방식을 재구성하고 재맥락화하여 '인미공'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중첩시킨다. 이로써 전시는 인미공이 표방했던 정체성을 단순화하거나 일련의 통일된 논리로 설명하지 않고 개별적인 '지금(들)'을 제안한다.

 

'ㄷ떨:안녕인사' 제공 아르코미술관
'ㄷ떨:안녕인사' 제공 아르코미술관

전시장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전시 'ㄷ떨:안녕인사'는 인미공이 남긴 흔적을 책과 함께 관련 소품 전시를 통해 다각도로 조망한다. 경험주의 미술 저널 'ㄷ떨'의 첫 번째 특별판을 중심으로, 인미공과 인연을 맺은 작가(고재욱, 권세정, 김용관, 문이삭, 신제현, 신지선, 조습, 조영주, 조은지), 기획자(이생강, 임성연, 정희영, 최소연), 연구자(마실, 박혜연) 및 기자(조상인)의 글과 인터뷰를 통해 공간의 예술적 흐름을 살핀다. 'ㄷ떨'은 인미공 주변 이웃들의 인터뷰를 비롯하여, 인미공에서 배우고 일했던 사람들의 인터뷰, 인미공에 대한 작가들의 미시적 경험, 그리고 해학을 담은 픽션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른 기획자 권혁규, 김신재의 연구 노트를 통해 이번 전시를 형식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연결한다. 이로써 전시는 공간의 한 시절을 마무리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중의적 의미, '안녕'을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오르트 구름 전시 전경. 제공 아르코미술관
오르트 구름 전시 전경. 제공 아르코미술관

2층에 마련된 전시 '오르트 구름'은 인미공의 미디어 아카이브 기반 배급 프로그램의 중단된 역사와 아카이브가 남긴 공백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동시대 미디어를 환경과 인프라로 보고 이미지가 물리적 현실, 빛, 물질, 시간과 맺는 관계를 재조명한다. 참여 작가들(김규림, 이민지, 한우리, 홍진훤, 황효덕)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자연과 기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이미지의 물질성과 시각적 인프라를 드러내고, 빛과 입자의 행위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아카이브 푸티지, 로우 테크놀로지, 아날로그 기법 등을 통해 과거의 유산을 소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본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 개의 전시는 모두 인미공의 기억과 흔적에서 비롯한 문화적 자산을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각기 다른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되새김질하거나 그 성취에 경도되는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재조명하고 다시 맥락화하여 유산의 다양한 결을 미래 시점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 아르코미술관에서 인미공의 활동들이 다각적 방식으로 재차 소환되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 기간 중 아르코미술관 2층 라운지에는 인미공에서 생산된 자료를 디지털로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한편, 종로구 원서동 소재 인미공에서는 4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종료 기획전 '그런 공간'을 개최한다. 인미공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이었던 담론 생산은 아르코의 새로운 비평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임근혜 관장은 "인미공은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종료되지만, 수많은 신진 미술인을 배출하고 성장시킨 역사와 창작 실험과 담론 생성에 기여한 청년 정신은 아르코미술관이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소재한 아르코미술관에서 화-일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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