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개인전 ‘리미널’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프랑스 출신 세계적 작가 피에르 위그(1962)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Liminal)’을 2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블랙박스와 그라운드갤러리에서 개최하며, 미술관의 고정된 공간 개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실험을 선보인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이번 전시는 피노 콜렉션의 베니스 소재 푼타 델라 도가나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만큼, 위그의 혁신적 예술세계와 국제적 네트워크가 돋보인다. 전시장에는 신작 <리미널>, <카마타>, <이디엄> 등 진행 중인 작품들과, <휴먼 마스크>(2014), <오프스프링>(2018) 및 수족관 시리즈 등 그의 대표작 12점이 함께 전시된다.

‘리미널’이라는 제목은 위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무엇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상징한다. 전시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시각화하는 데 주력한다. 관람객은 전시장 곳곳에서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환경 데이터와 인공 신경망의 해석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작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전시장 한켠에 설치된 동명의 작품 <리미널>은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 센서와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며 기억을 축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 <이디엄>에서는 황금색 마스크를 운반하는 인간들의 언어가 실시간으로 생성된 목소리로 변모하며, <U움벨트-안리>는 인간의 관점뿐 아니라 외부 환경과 타자의 시각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설치된 <마음의 눈(S)>과 <암세포 변환기>는 물리적 형태와 생물학적 데이터를 결합해,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한다.

피에르 위그의 전시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환경이다. 전시장 내 센서와 테크놀로지를 통해, 작품들은 실시간으로 진화하며 관람객의 참여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낸다. 수족관에 설치된 <주드람 4>, <주기적 딜레마>, <캄브리아기 대폭발 16>은 정해진 조건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계를 연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생명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대형 영상 작품 <카마타>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우연히 발견된 인간 해골을 중심으로, 기계가 신비로운 의식을 수행하는 모습을 실시간 데이터와 결합해 편집한다. 이러한 영상 작업은 시작과 끝이 없이 흐르는 서사의 형식으로, 관람객에게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의 최근 작업은 기존의 인간 개념을 넘어 인간 이후와 인간 바깥의 새로운 현실을 탐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위그의 상상이 감각적이고 시적으로 전환되어 관람객에게 강렬한 인상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전시 도록 발간과 연계된 큐레이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에 내재된 미적 사유와 전시 기획의 의도를 보다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파리 출생의 피에르 위그는 현재 칠레 산티아고에서 활동하며, 영상 작업과 설치미술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탐구해 왔다. 초기에는 실제 마을에서 가상의 축제를 연출한 <스트림사이드의 날>(2003)과 전통예술박물관을 점거한 <호스트와 클라우드>(2009–2010)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경작하지 않은>(2012) 등의 작품을 통해 작업 세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파리 퐁피두센터, 쾰른 루드비히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그의 작품은, <애프터 어라이프 어헤드>(2017)와 <변종들>(2022) 등으로 더욱 발전한 프로그래밍적 접근을 보여준다.

피에르 위그는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다”라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예술적 의지를 드러낸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피에르 위그, 미술관을 살아있는 환경으로 재창조하다

리움미술관 ‘리미널’ 전시는 미술관이 고정된 전시 공간의 개념을 넘어, 기술과 예술,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이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전달할 신선한 시각과 감각적 경험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에르 위그 작가 코멘트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은 처음인데, 전시준비하는라 미술관 밖에 거의 나가질 못 했다. 미술관과 호텔만 왕복했다. 서울은 다른 도시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번 한국 전시 만족하는가?
아시아에서 첫 전시를 리움에서 할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내 작업이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것이라 그 반응이 궁금하다. 내 작업은 인간존재론에 대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고 그 원형에 대한 탐구다. 나는 전시가 이것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전시와 베니스의 차이는 무엇인가?
베니스 푼타 델라 도가나는 미로 같은 긴 공간이고 계단이 많아 작품 간의 단절이 있었다. 반면 리움은 두 공간이 모두 탁 트인 공간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다시 타고 올라오는 공간 자체가 순환적이다. 그래서 이번 리움 전시에서는 베니스 푼타 델라 도가나의 건축적 한계로 불가능했던 순환성이나 유기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게 전시를 구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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