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구상회화의 거장, 라 세레니시마와 마주하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영국 현대 회화의 대표적 작가 제니 사빌이 2026년 베니스 카 페사로 국제현대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시기에 개막하며, 3월 28일부터 11월 22일까지 펼쳐진다. 세계 미술계가 집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과 맞물린 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시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빌의 회화 작업을 폭넓게 조망하는 구성으로, 약 30점의 대표작이 소개된다. 최근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 회고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주요 작품들이 포함되며,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도 일부 이동한다.

제니 새빌, 역전 (2002-2003). © 제니 새빌. 모든 권리 보유, DACS 2025. 가고시안 제공.
제니 새빌, 역전 (2002-2003). © 제니 새빌. 모든 권리 보유, DACS 2025. 가고시안 제공.

특히 1999년작 Hyphen과 2002~2013년 사이 제작된 Rivers는 사빌의 핵심 작업으로, 인체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작가 특유의 밀도 높은 붓질과 화면 장악력을 잘 보여준다. 후기 회화에서는 바로크 회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하며, 2018년작 Byzantium은 피에타의 구성과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작으로 이번 전시에 포함된다.

사빌은 베니스 전시에 대해 “예술이 일상과 맞닿아 있고, 동시에 역사적 유산과 동시대 예술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도시에서 작업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니 새빌, 비잔티움 (2018). © 제니 새빌. 모든 권리 보유, DACS 2025. 사진-마이크 브루스. 가고시안 제공.
제니 새빌, 비잔티움 (2018). © 제니 새빌. 모든 권리 보유, DACS 2025. 사진-마이크 브루스. 가고시안 제공.

사빌의 작업은 빛과 색채를 통해 인간의 몸을 장식적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고전 회화의 계보와 연결된다. 최근 아트 바젤 파리에서 가고시안 부스는 사빌의 최신작을 루벤스의 17세기 작품과 나란히 전시하며 이러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신작 연작은 베네치아라는 도시 자체를 향한 오마주 형식으로 구성되며, 이번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제니 사빌은 1990년대 초 영국 청년미술가(YBA) 그룹의 핵심 멤버로 등장했다. 사회가 규정해 온 여성성과 아름다움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회화 작업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1992년작 Propped는 2018년 소더비에서 1,240만 달러에 낙찰되며 생존 여성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니 사빌. 사진-타일러 미첼.
제니 사빌. 사진-타일러 미첼.

전시는 베네치아 시립미술관 재단이 운영하는 카 페사로 국제현대미술관에서 열리며, 관장 엘리자베타 바리소니가 큐레이팅하고 가고시안이 후원한다. 대운하에 자리 잡은 카 페사로는 19세기와 20세기 회화와 조각을 대표적으로 소장하는 기관으로, 사빌의 작품세계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또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베니스 전시는 현대 구상회화의 중요한 변곡점을 이끌어 온 제니 사빌의 작업을 새로운 맥락에서 조명하며, 국제 미술계가 다시 한 번 그녀의 회화적 언어를 주목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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