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결이 시간을 직조하는 순간의 공간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명동 금산갤러리에서 2025년 11월 13일부터 12월 12일까지 장인희 작가의 개인전 Serenity in Splendor가 열린다. 반사되는 빛, 해체된 조각, 다시 조직되는 표면의 진동을 통해 시간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조형 세계를 한층 깊게 보여주는 자리다.

포스터-사진제공 금산갤러리
포스터-사진제공 금산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 위에 흩어져 부유하는 듯한 금빛의 조각들이다. 조용하지만 힘 있게 울리는 표면의 파동은 이 공간이 단순한 시각적 감상에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시간의 층위가 하나씩 깨어나는 감각의 장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This is the moment_001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This is the moment_001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장인희는 얇은 반사 필름을 오려내고 재배열하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파편이 서로에게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순간을 조형화한다. 이 조각들은 빛과 환경, 그리고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된다. 작품의 표면은 단단해 보이나 실은 아주 미세한 떨림으로 가득하다. 빛을 받아 번지는 금속의 잔향이 관람자의 모습을 품어내면서, 화면은 나와 타자,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비추는 시간의 층위로 확장된다.

This is the moment_001_2024-사진제공 금산갤러리
This is the moment_001_2024-사진제공 금산갤러리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회화적 사고는 이번 전시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선형적 서사에 갇히지 않는 시간의 다층성, 흩어짐과 수렴,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은 화면 위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작품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호흡으로 변모한다. 작품은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관람자가 머문 순간마다 발화하는 새로운 장면이 되어 공간 속에 또 하나의 시간성을 만들어낸다.

Infinity_2509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Infinity_2509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작품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조각 하나하나가 독립된 존재로서 빛을 머금고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을 이룬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결국 시간의 감각을 시각적 구조로 번역하려는 꾸준한 탐구라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Circulation 001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Circulation 001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장인희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와 박사를 졸업하고,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BFA를 취득했다. 시간의 존재론적 구조와 감각의 층위를 주제로 한 그의 작업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The hole 2511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The hole 2511_2025-사진제공 금산갤러리

금산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Serenity in Splendor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빛의 변화가 결국 시간의 숨결이며, 그 흐름을 포착해 보려는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된 조형적 사유가 고스란히 관람자에게 전달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금산갤러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 30분까지(토요일 18시 종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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