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피에타', 2026년 뉴욕 모건 박물관에서 첫 공개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르네상스 회화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15세기 거장 조반니 벨리니의 명작 한 점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미국으로 건너온다. 리미니 시립 박물관이 소장한 벨리니의 '피에타(Pietà)'(1470년경)가 오는 2026년 1월 15일부터 뉴욕 모건 박물관·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미국 대중 앞에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국제 비영리단체 베네치아 헤리티지(Venetian Heritage)의 전폭적인 복원 후 성사된 귀중한 전시로, 유럽 회화 보존 역사에서도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벨로에서 벨리니로-잘못된 진품 논란의 뒤바뀐 자리
1910년, 은행가이자 수집가였던 J.P. 모건은 자신이 획득한 작품이 벨리니의 작품이라고 굳게 믿었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기증자에게 축복하는 장면은 벨리니 특유의 색채와 자연광의 감각을 보여주었으나, 이후 이 작품은 벨리니가 아닌 마르코 벨로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이제 모건 컬렉션의 벽에는 ‘진짜 벨리니’가 걸릴 예정이다. 한스 멤링, 페루지노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던 벨로의 작품은 자리에서 내려오고, 벨리니의 '피에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침착하게 고통을 품다”-벨리니의 신비로운 감정 절제
이번에 전시될 벨리니의 『피에타』는 ‘죽은 그리스도를 받치는 천사들’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품 속 예수는 창백하고 피 흘린 모습으로 화면 아래로 떨어질 듯 기울어 있고, 천사 네 명이 그를 떠받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 중 한 천사가 팔짱을 낀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 앞에서도 과장된 비탄보다 절제를 택한 벨리니의 시선이 돋보인다.
벨리니는 “극적인 장면을 외치는 대신, 조용한 경건함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경건함의 이미지’를 뜻하는 이마고 피에타티스(Imago Pietatis)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젊은 벨리니의 형성기-비잔틴과 조각, 그리고 만테냐의 영향
벨리니가 이 작품을 그릴 당시 그는 아직 명성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었다. 의뢰자는 리미니 왕가의 고문 라이네리오 디 로도비코 미글리오라티였으며, 그는 이 작품을 개인의 신앙을 위해 궁정에 보관했다.
모건 박물관 큐레이터 존 마르시아리는 “이 작품은 젊은 벨리니가 전통과 혁신을 결합해 자신만의 회화를 구축하던 시기의 결정적 단서”라고 말한다.
비잔틴 성화, 도나텔로 조각 연구에서 비롯한 조각적 형식감, 그리고 처남 안드레아 만테냐로부터 받은 고전적 감각이 그림에 깊게 스며 있다.
수백 년의 손상을 넘은 복원-‘죽음에서 다시 태어난 작품’
섬세한 패널 위에 그려진 이 작품은 18세기까지 미글리오라티의 기념비에 보관되다 오랜 세월 습기와 균열로 손상이 누적됐다. 패널은 휘고 갈라지며 중앙에는 큰 금이 갔고, 물감층이 떨어져나갔다. 베네치아 헤리티지는 이 작품의 구조적 보강부터 색재 복구까지 전면 복원을 진행해 르네상스 오리지널의 온전한 색과 질감을 되살렸다.
미국 전시에 앞서 벨리니의 '피에타'는 베니스의 카도로 미술관에서 복원 기념 특별 전시가 먼저 진행될 예정이다.
모건 박물관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이탈리아-카라바조의 소년
이번 전시는 카라바조의 초기 명작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1593~95년경)도 함께 선보인다. 보르게세 미술관이 대여한 이 작품은 소년의 붉은 볼과 생생한 과일 묘사가 돋보이는 카라바조 초기의 빛과 사실주의의 정수를 담고 있다.
벨리니의 '피에타'가 뉴욕에서 펼칠 조용하고 장엄한 빛은, 르네상스 회화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