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 전시 리포트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고양이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인간에게 특별한 존재였을까. 왜 시대와 문화가 바뀌어도 고양이는 늘 사랑과 두려움, 신비와 유머 사이를 오가며 상징적 힘을 유지해 왔을까.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MARKK)에서 개막한 전시 'CATS!'는 이 오래된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의 인터넷 문화, 헬로키티까지, 고양이가 인류의 상상과 감정의 깊은 층을 어떻게 비춰왔는지 추적하는 드문 기획전이다.
이 전시는 단순히 귀여운 동물을 조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방식 속에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가 담겨 있다. 고양이는 언제나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고양이의 역사는 곧 인간의 이야기
약 3천 년 전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길들이며 인간과 고양이의 긴 여정을 열었다.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었다. 보호자이자 영적 존재로 숭배되었고, 많은 가정에서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어 사후에도 함께하기를 바랐다.
전시에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후기(기원전 1000년대)의 고양이 미라용 카르토나지 가면이 등장한다. 금박과 채색이 남아 있는 이 가면들은 고양이가 바스테트 여신에게 바쳐졌음을 증언한다. 또한 전시된 녹색 파이앙스 조각상은 세크메트 여신의 발치에 앉은 작은 고양이가 함께 표현돼 있어, 고양이가 가진 ‘파괴와 보호’, ‘광포함과 부드러움’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중남미가 사랑한 ‘또 다른 고양이들’
전시는 아메리카 대륙의 이야기도 함께 보여준다. 콜럼버스 이전 문화권에서 고양이는 집 안의 반려동물이 아니라, 영적 능력을 가진 포식자로 등장한다. 페루 비쿠스(Vicús)와 모체(Moche) 문화의 황금 펜던트와 도자기에는 날카로운 눈과 소용돌이 문양을 지닌 야생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재규어는 생과 사, 현실과 영계를 잇는 존재로 여겨졌다. 고양이의 신비는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서양을 건너, 고양이는 늘 인간의 상징이었다
전시는 이집트와 페루를 넘어 19~20세기 유럽과 아시아로 확장된다. 터키의 동물가죽 공예, 일본 회화, 중국의 어린이 모자와 신발 등 고양이는 보호와 행운, 재앙의 방지라는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20세기에 이르면 고양이는 영화와 퍼포먼스 예술 속의 주체가 된다. 미국의 퍼포먼스 작가 캐롤리 슈네만은 페미니스트 선언과도 같은 작품들에 고양이를 포함시켰는데, 특히 <키치의 마지막 식사>는 인간과 고양이의 깊은 유대와 애도의 감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회자된다.
현대의 고양이: 소비문화와 정치의 아이콘
이번 전시의 끝부분은 고양이가 가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중국산 플라스틱 헬로키티 램프, ‘Cat Ladies for Kamala’라 적힌 선거 포스터 등은 고양이가 이제 정치·마케팅·인터넷 문화의 상징으로까지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신성한 존재였던 고양이는 이제 시위와 생산, 소셜미디어와 페미니즘, 소비문화와 정치적 표현을 오가는 복합적 아이콘이 되었다.
인간이 고양이를 바라보면, 결국 인간이 보인다
'CATS!' 전시는 고양이가 시대마다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가 곧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비추는 방식이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고양이에게서 자유와 독립, 신비, 매혹, 반항, 사랑, 보호의 이미지를 본다. 그 상은 곧 시대별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다.
고양이는 인간이 바라는 이상적 자아이자, 가질 수 없는 자유의 상징이며, 동시에 소박한 일상 속 위안을 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고양이는 3천 년 동안 한 번도 우리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고양이가 왜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뜨거운 존재인지, 그리고 왜 인간은 계속해 고양이를 통해 자신을 읽어내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번 전시는 그 답에 가까운 풍부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CATS!
장소: 로텐바움 박물관(MARKK), 독일 함부르크
기간: 2025년 12월 5일 – 2026년 11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