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이 머무는 여백, 고요 속에 피어나는 예술의 순간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1층 제2전시실에서는 2025년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지회숙 작가의 개인전 ‘허정담아(虛靜淡雅)’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지의 질감 위에 차(茶)의 정신을 담아낸 ‘비움과 고요의 미학’을 주제로, 다도(茶道)를 통한 정신적 안식과 내면의 성찰을 예술로 표현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은은한 찻향이 감도는 듯한 분위기가 먼저 감상자를 맞이한다.
지회숙 작가의 작품 속 찻사발은 단순한 정물이 아닌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등장한다.
그 표면에는 한지의 질감이 은근하게 드러나며, 부드러운 번짐과 여백은 고요한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차 한 잔의 향 속에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 그리고 고요한 평화가 함께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의 화폭에서 하얀 차꽃 중심의 노란 꽃술은 따뜻한 찻잔의 온기를 상징하며, 모노톤의 색감은 마음이 머무는 평온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지회숙 작가는 원광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를 전공하고,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서 ‘단원 김홍도의 다도와 관련된 다화(茶畵)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이러한 학문적 배경과 예술적 사유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문인화에서 출발해 채색화와 정물화를 거쳐 비구상으로 확장된 작가의 여정은 결국 ‘비움의 미학’이라는 동양적 철학에 닿아 있다.
그는 차밭의 기억, 찻잔의 온기, 향이 스며드는 찰나의 순간을 감정의 이미지로 전환하며, “비움 속에서 고요를 찾고, 고요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철학을 실천한다.
작품의 화면은 절제된 선과 색, 그리고 여백으로 구성된다.
채색의 농담은 차분한 심상의 리듬을 만들고, 번짐의 흔적은 감정의 숨결처럼 화면에 남는다.
특히 5장의 차꽃잎은 작가가 인생의 다섯 가지 맛-쓴맛,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차가 우러나듯, 인생 또한 다양한 감정이 배어들어 깊어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붓끝에서 생성된 형상들은 우연과 의도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존재들이다.
비구상적 조형 언어로 구성된 화면은 의도하지 않은 자유로움과 내면의 울림을 동시에 품고 있다.
지회숙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비워서 고요한 상태를 만들고, 정신적 안정과 내면의 성숙을 바란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감정의 소음이 가라앉은 후 찾아오는 조용한 스밈의 흔적이자, 마음과 마주한 시간의 기록이다.
작가는 여백의 공간을 단순한 공허로 남기지 않고, 그 안에 차향처럼 스며드는 따뜻한 위로와 평온을 담아냈다.
그의 화면 앞에서 관람자는 마치 다실에 앉아 찻잔을 손에 쥔 듯한 고요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의 여정
지회숙 작가는 (사)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경인미술대전 초대작가,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오랜 시간 예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회화의 언어로 ‘차와 인생의 깊이’를 표현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시정보
전시명: 지회숙 개인전 ‘허정담아(虛靜淡雅)’
전시기간: 2025년 11월 12일~11월 17일
전시장소: 인사동 갤러리라메르 1층 제2전시실
주제: 다도의 정신을 통한 비움과 고요의 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