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
김종근 미술평론가

이우환(李禹煥, 1936년~ )은 백남준과 더불어 한국이 낳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태어났다. 처음 그는 그림이 아니라 문학적인 글을 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서울사대 부고 시절 오히려 서울대 미술대학보다는 문리대를 희망했다. 그는 애초 문학을 전공할 작정이었으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는 지원할 성적이 안 되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 했는데, "미대에 가서도 문학 하는 친구가 꽤 있다"라는 담임교사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에 진학했다.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당연히 당시 석고 데생을 충분히 익히지 못해 이우환은 석고 데생을 10여 분 정도에 그리고 나왔다고 한다.
후에 면접할 때 이우환은 “언제 추사 김정희와 겸재 정선이 석고 데생을 하고 그림을 그렸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면접을 잘 보았는지, 이우환은 1956년 서울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에 입학하였으나 3개월 정도 다니다가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입학하던 해 숙부 이인갑(李仁甲)의 병문안 목적으로 일본으로 밀항 갔다가 그대로 일본에 정착했다.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후 니혼대학 철학과에 편입, 1961년에 니혼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나 고민 끝에 철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일본화 학원을 다니면서 작가로 전향했다.
작품보다는 오히려 평론으로 주목, 유명해진 그는 1971년 일본에서 평론집 <만남을 찾아서>를 출판. 메를로 퐁티, 그리고 니시다 기타로의 이론을 미술에 접목, 모노파에 장소성 개념을 접목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40여 편에 달하는 평론을 발표, 모노파 운동은 70년대까지 선풍적으로 유행. 이우환은 비평가가 아닌 작가의 길을 돌아섰다.

이우환은 간단하게 자연물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초기엔 <점으로부터> 또는 <점에서> 등의 제목 점 연작을 그리다가 1970년대 부터는 선을 사용한 선 연작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모노파(物派)> 정신을 상세하게 다룬 자신의 저서에서 ‘만들어진 것만이 세계라면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던 이우환은 <관계항> 시리즈에서는 사람이 손대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물과, 그 반대의 개념인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철판과 돌이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만나게 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의미를 부여했다.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는 한국 전통 미술의 요소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어, 국제 미술계에서 독특한 입지를 구축했다. 이우환의 예술세계는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의 영향을 깊게 받으며, 이를 통해 복잡한 감정과 사유를 간결하고 절제된 형태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작품은 주로 색상, 형태,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그 속에는 인간의 존재와 우주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우환의 작업은 동양적 개념과 현대미술의 접목을 통해 시각적, 철학적 경험을 제공했다. 그의 작품에서 ‘한’(체념된 감정)과 ‘비움’(공간과의 관계) 같은 동양의 철학적 개념이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되며, 이는 관객에게 깊이 있는 감상과 사유의 기회를 부여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서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며, 예술적·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우환의 예술은 미술의 본질을 탐구하며, 현대 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작가로 전 세계에서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작가는 철과 돌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돌에 있는 철을 축출해 철판을 만들었으니 그 본질이 다르다고 할 수 없다는 거다. 같은 본질을 가졌지만,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과 가공품인 철판을 만나게 해 둘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생겼고, 하얀 벽과 인공조명 아래 두 물질은 전시실이라는 공간을 만나 본래 갖고 있는 물성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물질과 공간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이우환만의 정신적 울림인 것이다.

이우환은 자신의 작업을 간단히 다리라고 했다. “다리는 다리로서만 존재할 수 없어요. 양쪽이나 여러 가지가 있어야 성립되거든요. 그러니까 내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연결 고리예요. 연관. 그래서 내 조각 작품의 타이틀이 관계항이에요." 그는 종종 불완전성과 변화의 개념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우주와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고 했다.

마침내 이우환 작가는 2022년 4월 프랑스 아를에 미술관을 개관했다. 여기 인터뷰에서 이우환은 그의 작업세계를 명료하게 정의했다.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마음 너머에 있는 점과 선 그리고- 이우환-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많은 사람이 미술관을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이곳을 삶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 작업의 특징은 관점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만남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내 작업은 작가가 가운데 있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 서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는 사람들이 내 작품 앞에서 마음과 정신을 집중해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이우환의 작품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와 울림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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