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달진 미술전문위원] 69회 김달진의 ‘With Artists’에서는 개념적 조각의 영역을 개척해온 안규철 작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안규철은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질문하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생각의 구조’를 드러내는 조각가다. 그는 사물의 형상보다 그것을 둘러싼 개념과 맥락에 주목하며,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단결, 권력, 자유2-1992-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단결, 권력, 자유2-1992-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안규철 201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안규철 201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55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젊은 시절에는 계간 '미술'기자로 7년간 활동했다. 이 시기의 경험은 그에게 미술을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심어주었다. 기자로서 남긴 글들은 단순한 전시 비평을 넘어, 동시대 미술의 사상적 지형을 드러내는 기록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201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201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국제갤러리 2017-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국제갤러리 2017-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89년 '월간미술'에서 그는 서독 전역의 미술 동향을 분석하며 “서베를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조형의 흐름”을 다뤘고, 1990년에는 ‘독일 전후 구상회화의 운명’을 통해 미술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했다. 또한 1991년 ‘동독 기념조형물 철거 논란’에 대한 글에서는 예술의 정치성과 공공성을 비평적 시각으로 다루었다. 이러한 시기적 기록들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서 드러나는 사유적 기반이 되었다.

안규철의 조각은 물질이 아니라 ‘의미’를 다루는 조각이다. 그의 오브제들은 일상의 사물처럼 보이지만, 그 배치와 문장, 관계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생시킨다. 그것은 조각의 형상 너머, ‘사유의 조각’을 구현한 결과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22-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22-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수평선 스페이스 이수 2024-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수평선 스페이스 이수 2024-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92년 스페이스 샘터 전시에서 그는 “삶을 해석하는 논리와 위트”라는 평가를 받았고, 1994년 학고재 화랑 개인전에서는 ‘책 속의 밥’, ‘그 남자의 가방’ 등 상징적 오브제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내면을 시각화했다. 이러한 작업은 사물의 실용적 의미를 넘어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는 조각의 언어로 발전했다.

그의 비평적 시선은 사회와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도 이어졌다. 『시사저널』에 발표한 '미대입시 석고상을 깨트려라'(1998)에서는 획일화된 미대 교육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예술이 제도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미술은 모방이 아니라 질문이다.”라는 그의 태도는 평생의 작업관으로 이어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202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국제갤러리 부산점 202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품 202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품 2025-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05년 김세중조각상 수상,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초대전은 그가 오랜 시간 다듬어온 개념적 조형 언어가 널리 인정받은 계기였다. 그의 작품은 문학적 서정과 철학적 구조가 공존하는 독특한 예술 세계로, 한국 현대조각의 사유적 지평을 확장시켰다.

69회 김달진의 With Artists '사물과 언어 사이, 사유의 조각가 안규철'-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69회 김달진의 With Artists '사물과 언어 사이, 사유의 조각가 안규철'-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안규철은 사물과 언어, 삶과 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은 감상자의 눈앞에서 조용히 말을 걸며, 일상의 사물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조각의 형상이 아닌, ‘사유의 흔적’으로 남는 것이 바로 안규철 예술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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