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파주출판단지의 갤러리박영은 2025년 11월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소장품전 ‘知 & 紙’(지앤지)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知)’와 ‘지(紙)’라는 두 개의 단어를 매개로, 인식과 기록, 사유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의 본질을 탐색한다.
종이 위의 사유, 예술로 피어나다
이번 전시는 도서출판박영사 안종만 회장이 40여 년간 수집해온 소장품 중 일부를 선보이며, 인간의 ‘앎(知)’과 그것이 기록된 ‘종이(紙)’의 관계를 탐구한다. ‘知’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정신의 움직임이며, ‘紙’는 그 사유가 머무는 물질적 자리라는 개념 아래, 작가들은 종이를 사유의 공간이자 예술의 재료로 확장시킨다.
참여 작가는 전광영, 캔디다 회퍼, 랄프 플렉, 이지현, 함섭, 서정민, 패트릭 휴즈, 양만기, 조나단 캘런, 이경미, 박윤경, 김성호, 강애란 등 국내외 작가들로, 회화·조각·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종이와 책의 예술적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전광영의 한지 조각 작업은 전통 종이의 물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캔디다 회퍼의 사진은 ‘지식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장엄하게 포착한다. 랄프 플렉과 패트릭 휴즈는 책 더미와 공간의 중첩을 통해 지식의 시간성과 감각적 층위를 표현하며, 조나단 캘런은 실제 책을 조형 재료로 전환시켜 지식의 물질적 생명력을 탐구한다.
출판의 역사와 예술의 현재, 한 공간에서 만나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갤러리박영은 새롭게 단장된 ‘박영사 역사관’을 함께 개방한다. 이곳에서는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등 한국 근대 동양화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70여 년 박영사의 출판사를 이끌어온 역사 자료와 고서들이 전시된다. 출판문화의 발자취와 예술적 사유의 현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책과 종이, 그리고 예술의 언어
1952년 설립된 도서출판박영사는 ‘박영(博英)’-‘넓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창업주의 정신 아래 출판과 예술을 잇는 문화지원사업을 지속해왔다. 갤러리박영은 2008년 파주출판단지 제1호 갤러리로 문을 열며, 책과 종이를 매개로 한 예술적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知 & 紙’展은 그 연장선상에서 ‘물질과 정신, 기록과 감성’이라는 예술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롤랑 바르트가 텍스트를 “읽는 자의 감각 속에서 새롭게 열리는 공간”이라 했듯, 이번 전시의 작품들 또한 관람자의 시선과 사유 속에서 완성된다. 예술은 하나의 ‘읽히는 책’이자, 다시 쓰이는 지식이 된다.
사유의 계절, 예술로 피어난 책의 향기
가을의 끝자락, 갤러리박영은 책과 예술이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사유의 계절을 연다. 종이 위에 새겨진 인간의 사유와 예술적 상상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 각자의 내면에 또 하나의 ‘지식의 빛’을 남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