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 교토 국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리는 Art Collaboration Kyoto 2025(ACK) 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교류와 실험을 상징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올해 조현화랑이 한국을 대표해 참여한다. 이번 ACK에서 조현화랑은 이배, 김택상, 이광호, 그리고 멕시코 출신의 보스코 소디(Bosco Sodi)를 통해 ‘동서의 미학과 물질의 사유’를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ACK는 일본의 전통미학과 현대미술의 접점을 탐구하는 세계적 행사로, 교토의 정신을 담은 장소적 맥락 안에서 각국 갤러리와 작가들이 교류하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조현화랑의 부스(KM 02)는 1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4일부터 16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이배 – 숯, 존재의 순환을 그리다
이배 작가는 30여 년간 숯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 동양적 사유와 서양적 추상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Issu du Feu’와 ‘Brushstroke’ 시리즈는 불에 태워 정화된 숯의 물질성을 통해 삶과 죽음, 소멸과 재생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숯의 표면을 연마한 깊은 질감은 마치 시간의 단층처럼, 인간의 존재를 묵묵히 증언한다.

[Johyun Gallery] Lee Bae, Issu du feu-au15, 2003, Charcoal on canvas, 162 x 130cm
[Johyun Gallery] Lee Bae, Issu du feu-au15, 2003, Charcoal on canvas, 162 x 130cm

그는 “숯 안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 있다”고 말하며, 회화와 조각,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한국 단색화 이후의 물질 회화를 새롭게 확장해왔다. 그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파리 기메 미술관, 뉴욕 록펠러센터, 대구미술관 등에서 전시되었으며, 202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김택상 – 물의 흐름으로 사유를 그리다
김택상은 물의 흐름과 색의 침윤을 통해 ‘보살핌의 미학’을 구현하는 작가다. 그는 캔버스를 눕힌 채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수십 차례 붓고 말리며 층위를 쌓아 올린다. 그 반복적 행위는 수행과 치유,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과정이다.

[Johyun Gallery] Kim Taek Sang, Flows-25-23, 2025, Water acrylic on canvas, 174.5 x 119.5 cm
[Johyun Gallery] Kim Taek Sang, Flows-25-23, 2025, Water acrylic on canvas, 174.5 x 119.5 cm

그의 회화는 단색화의 정제된 철학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물질의 변화를 통해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풍경’을 연상케 한다. 이번 ACK에서는 신작 ‘Flows’ 시리즈가 공개되며, 물과 빛이 공존하는 미묘한 감각의 흐름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광호 – 감각의 서사, 회화의 공간
이광호는 회화의 전통성과 현대적 감각을 융합하여 감각과 서사의 경계를 탐구한다. 대표작 ‘선인장 시리즈’는 생명체의 형태와 인간의 감정을 연결하며, 시각과 촉각이 교차하는 회화적 경험을 제시한다.

[Johyun Gallery] Lee Kwang-Ho, Untitled 1575, 2024,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Johyun Gallery] Lee Kwang-Ho, Untitled 1575, 2024,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그는 회화와 사진, 영화적 언어를 결합한 실험적 접근으로, 감각의 층위를 탐색하는 현대 회화의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구축해온 자연 이미지의 리듬과 내면적 공간 인식이 담긴 회화들이 선보인다.

보스코 소디 – 와비사비의 현대적 재해석
멕시코 출신의 보스코 소디는 안료와 톱밥, 천연 섬유질을 혼합한 물질 회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갈라지고 굳어지는 표면을 통해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일본의 와비사비(Wabi-Sabi)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부조작품은, 물질과 시간의 흔적을 통해 존재의 무상함을 시각화한다.

[Johyun Gallery] Bosco Sodi, BS_P 41271, 2024, Mixed media on canvas, 26.5 x 17.5 cm
[Johyun Gallery] Bosco Sodi, BS_P 41271, 2024, Mixed media on canvas, 26.5 x 17.5 cm

그의 작품은 하버드 미술관, 이시카와현립미술관,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번 교토 전시 기간 동안 MtK Contemporary Art에서도 개인전이 동시 개최된다.

동서의 미학이 교차하는 교토의 장
조현화랑은 이번 참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 있는 물질성과 사유적 미학을 일본 미학의 중심인 교토에서 선보인다.

ACK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한국 작가들이 구축해온 물질 회화의 전통과 일본의 와비사비 정신, 그리고 멕시코적 감성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이례적인 시도”라며 “동아시아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사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Art Collaboration Kyoto 2025는 예술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교감하는 장이며, 조현화랑의 참여는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조형적 깊이와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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