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가 뉴욕의 초대형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와 손잡으며,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즈워너 갤러리는 최근 나라를 공식적으로 대표 작가로 영입하며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류는 지난여름 오랜 파트너였던 팀 블럼(Tim Blum)이 운영하던 갤러리의 폐쇄 이후 이루어졌다.

나라 요시토모, 한밤의 눈물, (2023) © 요시토모 나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
나라 요시토모, 한밤의 눈물, (2023) © 요시토모 나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

즈워너는 전화 인터뷰에서 “갤러리의 사명은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나라야말로 그 중심에 있는 작가”라며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전시는 완벽에 가까웠고, 그는 놀라운 스펙트럼을 가진 진정한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이번 협업 소식에는 글로벌 미술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측이 “요시토모 나라와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례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한 점이 화제다.

페이스의 CEO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는 “14년간의 협업은 자랑스럽고, 이번 변화는 놀랍지만 예술계에서는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나라의 팬이자 협력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즈워너는 앞으로 나라의 공식 에이전트이자 이퀴벌런스 아트 에이전시(Equivalence Art Agency)의 설립자 조 밥티스타(Jo Baptista)와 함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뉴욕에서 나라의 새로운 전시를 준비 중이며, 이 협업은 작가의 세계관을 세계무대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라 요시토모, 등 뒤의 칼 (2000). 홍콩 소더비 제공.
나라 요시토모, 등 뒤의 칼 (2000). 홍콩 소더비 제공.

요시토모 나라는 특유의 큰 눈을 가진 소녀 캐릭터와 내면의 감정을 함축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대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대표작 ‘Knife Behind Back’(2000)은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490만 달러(약 330억 원)에 낙찰되어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어 2021년 ‘Missing in Action’(2000)이 1,59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아트넷(Artnet) 프라이스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나라의 작품은 2021년 79점이 100만 달러 이상에 낙찰된 데 이어 2025년 현재 그 수가 152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여전히 탄탄한 시장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요시토모 나라의 이번 즈워너 합류는 단순한 계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권력지형 속에서, 동시대 일본 작가가 미국·유럽 중심의 초대형 갤러리 체제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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