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경기도 시흥 엠티브이 25로 태양미술관 2층에서 열린 이태양 개인전 ‘사유의 미학’이 10월 20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을 마쳤다. 전시 종료와 동시에 작가는 일부 신작과 대표작을 일본 전시를 위해 이동한다고 밝혔다. 나전칠기라는 전통 공예 기법으로 동아시아 조형정신의 핵심 모티프인 반가사유상과 ‘생각하는 인간’의 도상을 재해석해, 오늘의 관객에게 “다시 생각하는 법”을 묻는 전시였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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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사유를 형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은 분명했다. 이태양은 한국 국보 제83·78호 반가사유상, 일본의 ‘고려지 반가사유상’,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까지 인류의 보편적 사유 아이콘들을 한 화면에 호출한다. 단, 그는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 자개를 잘게 쪼개어 한 조각씩 결구하는 타찰·모자이크 방식으로, 내부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는 듯한 빛의 층을 만들고, 그 빛이 곧 사유의 깊이로 읽히게 한다. 작가가 말한 “안의 보물이 밖으로 비쳐 나오게 한다”는 설명은, 매끈한 표면 뒤로 중첩된 시간과 공력이 발광하듯 드러나는 그의 화면 구조를 정확히 가리킨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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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 전시의 중심에는 ‘생각’ 자체를 조형의 주제로 삼겠다는 의지가 있다. 작가는 “오늘 우리는 너무 빠르게 답을 얻는다. 반가(半跏)의 자세로 오래 머무는 생각의 미학을 복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한 작품을 거꾸로 걸기도 했다. 선조들의 철학이 ‘위에서 스며드는 빛’으로 내려오길 바라는 의식 같은 연출이다. 물성 면에서도 실험은 이어진다. 바탕층에 보물을 상정하고 그 위를 자개로 싸며, 결구된 면을 다시 갈고 닦아 반사광을 제어한다. 광택을 과시하지 않고, 사유의 결만 남기는 조절력이다. 화면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빛난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의 이력은 특이하다. 반도체 세정 공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 출신.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을 마주한 경험을 “전환점”이라 부른다. 기술자의 치밀함과 장인의 인내가 만난 자리에서, 나전칠기라는 매체는 공예와 미술의 경계를 넘는 장으로 확장됐다. 슬럼프를 묻자, 그는 “거실에 걸린 작품이 나와 같은 표정으로 생각하더라. 작품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답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끝나면, 작품이 작가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그 왕복이 화면에 남는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번 전시의 조형적 지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유의 도상화. 반가사유상과 로댕을 병치해 동서의 사유 전통을 한 화면에서 공명시킨다. 둘째, 재료의 윤리. 자개 한 조각, 한 조각의 결구가 곧 시간의 축적이며, 그 시간이 화면의 깊이로 환원된다. 셋째, 시선의 속도 조절. 반사광과 무광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느리게 만들고, 느려진 시선이 생각을 낳도록 유도한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 전시는 미학적 선언이자 교육적 제안이다. 즉답의 시대에 ‘머무름’을 훈련하는 회화, 눈의 속도를 낮춰 마음의 밀도를 높이는 장치. 이태양의 나전칠기는 장식이 아니라 사유의 매체다. 작가는 전통에 기댄 복고가 아닌, 전통을 매체로 삼는 동시대적 실험으로 다음 행선지를 예고했다. 일본에서 이어질 전시는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매개로, 한·일 조형정신의 공통분모를 탐색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한다. 가장 한국적인 재료로 가장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의 여정은 이제 국경을 넘어간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가 노트에서 옮김
“생각은 빛처럼 안에서 밖으로 번집니다. 나전의 빛은 화려함이 아니라, 오래 머무른 생각의 결입니다. 빠른 답보다 깊은 질문. 제가 택한 조형은 그 질문을 오래 붙잡기 위한 방법입니다.”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태양 개인전 'The Art of Reflection-사유의 미학'-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전시 개요
전시명: 이태양 개인전 ‘사유의 미학’
기간: 2025년 10월 20일–11월 4일
장소: 태양미술관 2F(경기 시흥시 엠티브이 25로)
비고: 종료 후 일본 순회 전시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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