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 랜돌프 칼리지의 마이어 미술관(Maier Museum of Art at Randolph College)에서 2025년 10월 19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열리는 '페인트의 대담함(The Boldness of Paint)'展은 오늘날 AI 기술의 급류 속에서도 회화가 지닌 물질적 감각과 인간적 흔적의 힘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이 전시는 ‘현대미술 연례전(Annual Exhibition of Contemporary Art)’의 제114회로, 회화라는 전통 매체의 회복력과 시대적 의미를 기념한다. 샐리 에그버트(Sally Egbert), 줄리아 조(Julia Jo), 월터 프라이스(Walter Price), 그리고 수 맥널리(Sue McNally) 등 현대 미국 회화의 대표 작가들이 참여했다.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회화, 인간적 감각의 최후 보루
AI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이 예술의 영역을 빠르게 침식하고 있는 오늘날, ‘페인트의 대담함’은 회화가 여전히 감각적이고 유기적인 인간의 언어임을 선언한다.
기획자들은 “페인트는 비합리적이고 비실용적인 기쁨을 표현하는 대담한 매체”라며 “기술 중심의 시대일수록 인간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회화의 물리적 존재감이 더욱 절실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연례전 초기의 전통으로 회귀한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1930년대부터 이어진 시리즈의 첫 50년 동안 전시는 대부분 회화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나, 이후에는 설치·영상·사운드 등 매체 확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페인트의 대담함'은 30년 만에 ‘회화 그 자체’로 돌아온 연례전이다.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수 맥널리, 기억과 풍경이 만나는 지점
참여 작가 중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로드아일랜드 출신 화가 수 맥널리(Sue McNally)다.

30년 넘게 미국의 풍경을 그려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This Is My Tune' 시리즈를 선보이며, 사실적 풍경에서 기억과 정체성으로 향하는 회화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의 화면은 실제 풍경의 지리적 정확성보다는 ‘기억이 만들어낸 풍경’에 집중한다. 산과 바람, 물의 움직임이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오가며 재해석된다.

맥널리는 “그림은 내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풍경은 구조이자 기억이며, 나의 회화는 그것을 재구성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This Land is My Land”-미국 풍경의 새로운 지도
2010년, 맥널리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각 주를 대표하는 풍경을 대형 캔버스에 담은 프로젝트 'This Land is My Land'를 시작했다. 이후 ‘State Paintings’로 발전한 이 연작은 미국 50개 주를 하나의 예술적 여정으로 엮어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지형 묘사가 아닌 미국이라는 ‘감정의 대지’를 탐구하는 기록이다. 초기에는 현장 사진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적 접근이었지만, 2016년 이후부터는 기억의 왜곡과 추상적 구조를 통해 풍경의 내면적 진동을 시각화하고 있다.
그녀의 붓질은 수백 겹의 색층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며, 물감의 질감이 빛으로 변주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비평가들은 그녀의 작품을 두고 “찰스 버치필드의 낭만성과 필립 거스턴의 초현실적 감수성이 결합된 회화”라 평가한다.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회화는 여전히 살아 있다”
수 맥널리는 로드아일랜드대학교에서 BFA를, 사바나예술디자인대학(SCAD)에서 MFA를 취득했으며, 야도(Yaddo),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캐리조조 AIR 등에서 레지던시를 거쳤다.

그녀의 작품은 애디슨 미국미술관, RISD 미술관, 노스다코타미술관, 우스터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맥널리의 회화는 감각의 언어이자 풍경의 시(詩)다.
청록색의 투명한 빛, 자홍색의 커튼 같은 구름, 초현실적인 노란 들판은 현실의 풍경을 넘어 인간 내면의 기억과 감정을 비춘다. 그녀의 화면은 단지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느끼는 방식’을 회화로 번역한 기록이다.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페인트의 대담함-수 맥널리(Sue McNally), 미국 풍경의 새로운 언어를 쓰다-사진제공 수 맥널리(Sue McNally)

전시 개요
전시명: 제114회 현대미술 연례전 – 페인트의 대담함(The Boldness of Paint)
기간: 2025년 10월 19일 ~ 2026년 3월 8일
장소: 랜돌프 칼리지 마이어 미술관 (Maier Museum of Art at Randolph College)|참여 작가: 샐리 에그버트(Sally Egbert), 줄리아 조(Julia Jo), 수 맥널리(Sue McNally), 월터 프라이스(Walter Price)
주제: AI 시대 속 회화의 회복력과 인간적 감각의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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