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 회화 그 제스처의 본질 -1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는 무엇을 위해 인생을 바쳤나?

'접합 2000-1-4' 하종현 작품을 명명하고 정의하는 단어는 접합<conjunction> 이다. 1970년대부터 무려 40여 년에 이르는 동안 그는 오로지 <접합> 시리즈에 그의 예술가적 인생을 바쳐 왔다. 

접합이 무엇이기에 그는 이 접합에 온 혼신의 힘과 열정을 다 했을까? 그냥 흰 마포에 글씨인 듯 낙서인 듯 혹은 기호인 듯 가로지른 그 제스처 속에 그가 진정 담아내고 싶어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하종현 작가의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해석한다는 것은 바로 이 <접합>을 규명하고 드러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접합>에 대하여 이렇게 고백했다. 

Conjunction 74-26 1974 삼베에 유채 109x222cm-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Conjunction 74-26 1974 삼베에 유채 109x222cm-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물감을 성긴 마대 뒤에서 밀어냄으로써 하나의 물질이 자연스럽게 다른 물질의 틈 사이로 흘러나갈 때, 그리고 흘러나간 물질들의 언저리를 느긋이 눌러 놓았을 때, 내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물질 자체가 물질 그 자체인 상태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를 말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법은 그 자신이 고백했듯이 "뒤에서 짜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 발견한 것이지 어떤 영감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 시대의 대표작가로 주목받는 이유는 ‘드리핑 기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회화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Conjunction 08-05 2008 삼베에 유채 130x162cm-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Conjunction 08-05 2008 삼베에 유채 130x162cm-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접합> 시리즈는 물감을 마대의 뒷면에서 앞면으로 밀어내어 물감과 마대라는 물질들이 자아내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성긴 마대 틈으로 밀어 넣고 흘러나온 안료를 앞면에서 손이나 나이프로 물감 누르는 행위이다.
 이 작업방식은 전통 인물화의 배채법에 비유된 강한 물성을 드러낸 작품들이다.

마치 프랑스 미술평론가 필립 다장이 이들 작품에 대해 “난폭함과 금욕주의를 하나로 엮어 놓았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치밀하고 밀도 있으면서, 절제된 형식으로 재료를 개성 있게 표현한 이 화포에는 그린다는 것보다 밀어낸 물감들을 다시 터치하는 제스처와 액션을 더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칠하는 것이 회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던 개념과 본질에서 하종현은 이를 뒤집은 것이며 반역을 행한 것이다. 

Conjunctions 06 2006 삼베에 유채 33.4X24.2cm-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Conjunctions 06 2006 삼베에 유채 33.4X24.2cm-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회화의 출발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시각적인 옵티칼(optical)한 작품을 시도하다, 곧 관념적인 작품으로 옮겨 갔다. 그렇게 보면 그의 작품세계는 모노크롬으로 보기보다는 추상미술을 제작하는 장인처럼 보인다. 
하종현의 회화적 출발은 196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예술을 하자는 의미로 모인 전위적인 미술집단 아방가르드 협회를 이끌며 한국 추상미술의 지평에서 출발한다. 

전후 한국 화단을 뜨겁게 했던 비정형(informel) 회화가 시들할 때 제작된 <무제A> 1965와 이 재료와 형태가 나중에 <탄생 B>1967에서 세련된 형식으로 완결되었다. 
초기 하종현 작가는 주로 신문지 등 입체적인 것으로 작업하는가 하면 통에 로프를 넣는 등의 전위적인 실험과 철사와 용수철, 나사 등을 이용해 사회 현실에 대한 도전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러다 작가로서 그가 화려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6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이다.
이 시기에 작품은 “말라비틀어진 오징어를 연상케 하는 칙칙한 마티에르의 철 늦은 앵포르멜 화풍”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67년 <탄생 67>에서는 앵포르멜 분위기에 기하학적 형식이 가미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그는 전후 최초의 기하학적 작품으로 평가되는 <도시 계획 백서>와 같은 화려한 색채에 동일한 패턴의 질서 있는 배열이 돋보이는 기하학적 화풍을 보여주었다. 

하종현 작가-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하종현 작가-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이후 '오브제 작품'을 발표하는데, 이 시기가 하종현의 'A.G. 시대'로 '평면화된 오브제로서의 회화' 시대이다.

입체에서 단순한 평면으로의 회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던 그는 색다른 작업을 위한 중요한 실험을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하종현 예술세계를 본질적으로 결정짓는 <제스처 회화>가 탄생된다. 각 회원은 ‘예술인으로서의 품격, 창작의 진정성, 그리고 후학을 위한 책임’을 함께 나눕니다.

하종현 작가-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하종현 작가-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미술의 정통성과 세계적 경쟁력을 함께 확립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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