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민화 60년의 여정, 그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다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그린관 | 2025년 10월 8일~13일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그린관에서는 2025년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이규완 60년 현대민화를 개척하다’展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민화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이끌어온 운봉(雲峰) 이규완 화백의 60년 창작 여정을 기념하며, 10월 12일 오후 4시에는 출판기념회가 함께 개최되었다. 사회는 월간민화 유정서 대표가 맡아 품격 있는 행사의 흐름을 이끌었다.
행사에는 한국현대민화연구소 김용권 소장의 출판 소개를 시작으로, (사)한국민화협회 이기순 회장, (사)한국민화진흥협회 홍대희 이사장, 한국민화학교 정병모 교장, 윤진영 동덕여대 민화학과 겸임교수, 서울시무형문화재 제18호 정승희 민화장 등 국내 민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또한 신미라·김용기 교수의 헌사, 운봉 화백 부인의 소개와 인사, 꽃다발 증정, 단체사진 및 건배사로 이어지며 작가의 인생과 예술세계를 축하하는 따뜻한 자리로 마무리되었다.
이규완, 전통을 딛고 현대를 연 민화의 개척자
운봉 이규완 화백은 한국 현대민화의 실질적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 세계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창조적 계승’의 경지에 이르렀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은 “운봉 이규완 화백은 현대 민화의 용감한 개척자”라며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규완 선생은 단순한 고화 모사에 머물지 않고, 전통의 틀을 벗어나 창작민화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오늘날 민화 창작이 하나의 주류로 자리한 현상은 그가 남긴 선구자적 실험의 결실이다.”
그의 예술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다. 경산 송윤안의 제자로서 민화의 기법을 계승하되, 현실의 감각과 시대의 정서를 화폭에 담아냈다. 이규완의 작품은 단순히 ‘옛것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오늘의 감성을 담은 ‘살아 있는 민화’로 평가된다.
색채의 힘, 조형의 자유 – 창작민화의 새로운 미학
이규완 화백의 대표작들은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조형 구성이 특징이다.
그의 ‘사신도(四神圖)’는 동·서·남·북의 방위를 상징하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중앙의 모란을 둘러싸며, 오행 사상과 부귀영화를 상징적으로 결합한다. 화면 가득한 붉은빛과 황금색의 대비는 전통 민화의 평면적 구성을 넘어, 생명감 넘치는 회화적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또 다른 대표작 ‘호접몽’에서는 나비와 호랑이가 어우러진 장면을 통해 ‘자유와 해방의 꿈’을 시각화했다. 붉은 배경과 청록의 색채가 대비되며, 작가 특유의 환상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특히 ‘호랭이 마술사’ 시리즈에서는 익살스러운 호랑이가 등장해 12지신 동물들을 불러내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는 전통 민화의 상징체계를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 현대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인간의 삶과 희망을 노래하는 상징의 회화
운봉의 민화는 단순한 장식화가 아닌, ‘삶의 철학’을 담은 상징의 회화다.
그의 ‘효(孝) 문자도’에는 부모에 대한 공경과 유교적 미덕이, ‘화원’에는 자연과 인생의 조화가, ‘삼여도’에는 학문과 자기성찰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규완은 민화 속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조합해, 인간의 삶이 지닌 기쁨·고통·희망을 동시에 노래한다.
정병모 교장은 그의 예술세계를 이렇게 요약한다.
“이규완의 사신도는 입을 벌리고 웃게 만드는 활력이 있다. 화면 속 소재들은 자유롭지만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그 자체로 한바탕 축제를 이룬다.”
그가 그린 호랑이는 위엄보다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닌다.
‘왕(王)’ 자가 새겨진 미간, 윙크하며 웃는 얼굴, 장난기 어린 표정은 권위에 대한 풍자를 담으면서도, 인간과 가까운 예술로서의 민화를 구현한다.
전통을 넘어, 시대와 호흡하는 민화
운봉 이규완의 예술은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실험’이 공존한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고화 재현, 수출화, 창작민화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민화의 기능성과 회화성을 확장시켰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재현을 넘어, 민화의 정신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창작민화는 과거의 기법을 바탕으로 하되, 오늘의 감성으로 시대와 호흡한다.
그렇기에 이규완의 작업은 단순한 예술 행위가 아닌, 한국적 정체성의 탐구이자 시대적 미감의 증언으로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운봉 이규완의 약력
개인전 국내 25회, 국외 10회 / 단체전 45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전국공모전 심사 다수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통합부이사장
한국민화인축제 한마당 500인전 기획위원장
대진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역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창작민화과 출강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 회장
마무리하며- “민화의 내일을 비추는 빛”
‘이규완 60년 현대민화를 개척하다’展은 한 작가의 회고를 넘어, 한국 민화가 걸어온 역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비춘다.
그의 화폭 속 호랑이는 이제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웃으며 손을 흔드는 현대민화의 얼굴로 살아 숨 쉰다.
그가 60년간 쌓아올린 창작의 여정은, 한국 민화가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놓인 단단한 초석이 되고 있다.
“이규완 화백의 미소 짓는 호랑이는 결국 우리 자신이다. 전통의 뿌리를 딛고, 오늘의 빛으로 다시 피어난 한국 민화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