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깊이와 다양성 세계 무대에 펼치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리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프리즈 마스터즈(Frieze Masters)’에 조현화랑이 동시에 참가한다. 이번 출품은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며, 그 심층성과 다양성을 드러내는 자리로 주목된다.
프리즈 런던의 부스는 ‘불’과 ‘물’을 매개로 이배와 김택상의 작업을 병치한다. 숯을 통해 동서양 미학과 시간성을 탐구해온 이배는 대형 설치작 'Brushstroke'를 선보인다. 숯이 지닌 탄화의 흔적과 순환적 에너지를 붓질의 궤적과 결합해 평면을 넘어선 공간적 체험으로 확장시킨다. 강렬한 검정의 질감과 축적된 시간성은 불(火)의 기운을 환기시키며, 동시에 명상적 사유의 공간을 제시한다.
김택상은 물과 안료의 번짐을 수십 차례 반복하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빛의 미세한 떨림과 시간성을 포착한다. 이번에 출품되는 'Breathing Light – Red in Red'는 자연이 스스로 그린 듯한 은은한 색감으로 관객을 맞는다. 그는 물·공기·빛·중력 등 자연의 질서를 화폭에 끌어들여 ‘담화(淡畵)’라는 독자적 회화 세계를 구축했으며, 런던 현장에서 그 미묘한 진동과 감각을 국제 무대에 선보이게 된다.
한편 프리즈 마스터즈에서는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특별 프레젠테이션이 마련된다. 1960년대의 'Primordialis No.4-63'에서 1990년대 후기 묘법까지, 작가의 주요 시기를 아우르는 작품군이 전시된다. 전후 한국 사회의 절망과 혼란을 담은 초기 작업에서, 반복적 제스처와 한지의 물질성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탐구한 묘법 회화로의 전환, 그리고 명상적·초월적 사유가 깃든 후기 작업까지, 박서보 예술 세계의 궤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박서보의 신간 자서전과 그래픽 노벨도 함께 소개될 예정이어서 관객에게 다층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조현화랑의 이번 동시 출품은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심층성과 고유성을 국제 미술사 속에서 재조명하는 계기다. 이배와 김택상, 그리고 박서보라는 서로 다른 세대와 미학적 지향을 지닌 작가들의 작업은 불·물·시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한국적 미학을 세계와 소통시킨다. 조현화랑은 이번 참가를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한국 미술의 새로운 위상을 세계 무대에서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