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 시각예술가 박정애(Revi) 작가가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 사용자공유공간 planC에서 개인전 'In Between'을 개최한다. 전시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용담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겨버린 작가의 유년 시절 공간을 다룬다. 영상, 설치, 회화 작업으로 기록된 작품들은 깊숙이 잠겨 있던 내면의 감각들을 꺼내어 마주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시의 배경은 진안군 상전면 주평리 1240번지, 즉 작가가 다녔던 주평초등학교 자리다. 현재는 원주평교가 그 자리를 가로지르고 용담호의 수면 아래 묻혀 있으며, 지도 속 좌표로만 남아있다.
박정애 작가는 어린 시절 댐 건설 과정에서 “이주”와 “보상”이라는 단어를 일찍이 접하며, 익숙한 공간이 파괴되고 흩어지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면 깊이 남아있는 상실의 감정을 작업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작가는 “상실을 인정하기엔 너무 어려서 감당할 수 없었던 감정을 차라리 잊고자 했던 것 같다”며 “오랜 여정 끝에 다시 마주한 것은 여전히 살아있는 ‘주평’이었다”고 전한다.
작업 과정에서 그는 오래된 지적도를 찾아 사라진 학교의 위치를 확인하며, 기억을 선명하게 되살려냈다. 영상과 설치, 회화로 구현된 작품들은 국가사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했던 불편함과 제대로 애도되지 못한 감정들을 담담히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회고를 넘어, 시대와 지역이 겪은 상실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작가노트에서 박정애는 “이번 전시는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이제야 건네는 인사”라고 정의했다. 관람객들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라져간 공간과 시간의 흔적을 함께 응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남겨진 감정의 무게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번 'In Between'은 지역과 시대, 개인과 집단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이 어떻게 상실을 기록하고 치유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