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이 2025년 9월 26일부터 2026년 2월 8일까지 제2회 올림픽조각체험프로젝트 기획전 ‘조각이 꿈+틀’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들이 현대조각을 쉽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예술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장을 마련했다.

전시실 전경(1부 데니스 오펜하임)-사진제공 소마미술관
전시실 전경(1부 데니스 오펜하임)-사진제공 소마미술관

현대조각, 체험으로 다시 태어나다
올림픽조각체험프로젝트는 소마미술관이 소장·관리하는 88서울올림픽 예술유산인 야외조각을 실내 전시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실험적 기획이다. 단순한 조형물 전시가 아닌, 관람자가 공간 속에서 움직이며 작품의 의미를 체득하는 방식으로 현대조각을 ‘체험형 미술’로 전환한다.

첫 번째 전시에서는 문신의 ‘올림픽1988’과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가상의 구’를 조명했다면, 이번 두 번째 기획전에서는 미국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위장지(Impersonation Station)’와 스페인 조각가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하늘 기둥(The Column of the Sky)’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 라운지를 별도로 마련해 작품 제작 과정과 작가의 미공개 기록 자료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실 전경(2부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사진제공 소마미술관
전시실 전경(2부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사진제공 소마미술관

데니스 오펜하임, 경계와 환경을 해체하다
오펜하임(1938-2011)은 대지미술과 설치미술을 거쳐 공공조각으로 확장하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힌 대표적 작가다. 그는 1988 서울올림픽 세계현대미술제에 초청돼 ‘위장지’를 제작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부산비엔날레와 국내 심포지엄 참여 등으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으며, 간암 투병 중에도 작품과 현장을 지키려 했던 일화는 그의 예술혼을 잘 보여준다.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상승과 대림의 상징을 세우다
수비라치(1927-2014)는 스페인 현대조각의 거장으로, 종교적 상징과 철학적 메시지를 조각에 담아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수난의 파사드’로 잘 알려진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해 ‘하늘 기둥’을 제작했다. 건축적이고 대형적인 형태의 이 작품은 인간 존재와 우주의 근원적 힘을 탐구하는 수비라치의 세계관을 압축한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최초 공개되는 88올림픽 아카이브
이번 전시의 백미는 1987~88년 조각 제작 당시 촬영된 미공개 사진과 영상이다. 오펜하임이 서울 거리를 돌며 ‘위장지’ 제작을 위한 건축적 요소를 관찰·촬영한 자료, 제작 과정의 기록사진, 드로잉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작품의 물리적 체험을 넘어 조각의 역사적 맥락과 예술적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소마미술관 상설기획전 ‘조각이 꿈+틀’ 포스터-사진제공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 상설기획전 ‘조각이 꿈+틀’ 포스터-사진제공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조각의 난해함을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림픽조각공원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190여 점의 조각과 새롭게 개설된 소마조각아트플랫폼(SSAP)을 통해 예술유산을 다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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