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서울의 가을이 다시 예술로 물든다. 오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울거리예술축제2025'가 청계천과 서울광장 일대를 가득 채운다.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벌'로 출발해 20년 넘게 이어진 이 축제는 올해도 시민과 관광객에게 서울만의 거리예술 풍경을 선보이며 '가을 시즌 대표 문화축제'의 자리를 공고히 한다.
올해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이다. 청계광장에서 청계9가에 이르는 5.2km 전 구간이 무대가 되고, 국내외 30여 편 작품이 3일간 146회의 공연을 펼친다. 이는 단순한 야외 축제를 넘어, 도시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민의 일상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엮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축제의 기획 제작 공연인 '서울의 울림 그리고 어울림'은 그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 판소리와 사물놀이, 현대무용과 태권도, 미디어아트가 결합해 무대와 광장, 전통과 현대가 교차한다. '서울다움'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지역성에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예술 언어의 만남과 시민의 호흡 속에서 확장하는 것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팀들은 거리예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서커스와 아크로바틱, 연희극 같은 공연은 도심 풍경을 즉흥적인 예술의 장으로 바꾸며, 코드세시의 '특별_도시에 떨어진 별들'은 공중 모빌을 활용해 서울의 밤하늘을 환상적인 서커스 무대로 전환한다. 일상의 도시 공간을 '예술의 발견지'로 제시하는 실험적 시도라 할 만하다.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
올해 축제는 국제 교류의 폭도 넓혔다. 프랑스 거리극단 트랑스 익스프레스의 '거대한 인형들'이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퍼레이드를 펼치며 도심을 장대한 오페라 무대로 바꿔 놓는다. 스페인의 페란 오로비치가 선보이는 이동형 퍼포먼스, 캐나다 퀘벡에서 온 개성 넘치는 거리공연 등 해외 8개국 작품들은 서울의 가을 풍경을 세계적 축제의 현장으로 변모시킨다.
특히 올해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이자 한-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라는 상징적 의미도 더해졌다. 축제가 단순히 예술 소비의 장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국제적 연대를 함께 경험하는 공공적 무대임을 보여준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25'의 가장 야심찬 시도는 '아트레킹(Artrekking)'이다. 청계천을 따라 걷는 행위가 곧 예술 감상의 과정이 되고, 그 여정 속에서 공연과 전시가 자연스럽게 만난다. 이는 축제를 정해진 무대와 관람객의 틀에서 벗어나, 걷기와 체험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전환한다. 완주 지점의 '예술주막'은 시민이 축제를 단순히 소비하는 관객이 아니라, 나누고 확장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피아노 서울 무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 연주자와 아마추어, 나아가 인플루언서까지 한 무대에서 호흡하며, 도심 속 일상이 음악으로 변하는 순간을 공유한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마림비스트 전경호의 무대는 참여형 무대가 지닌 감동의 밀도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예술적 자산으로
거리예술은 본질적으로 '열림'과 '소통'의 예술이다.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도시의 한복판에서 예술이 펼쳐질 때, 그 경험은 보다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일 수 있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지난 20년간 서울이 이 원칙을 어떻게 실험하고 확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거다.
이번 2025년 축제는 단순히 추석 연휴의 볼거리를 넘어, 서울의 가을을 예술로 기억하게 하는 집단적 체험의 장으로 기능할 것이다. 예술과 시민, 그리고 도시가 만나는 이 경험이야말로, '서울다움'을 완성하는 가장 생생한 순간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