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남기희 작가의 14번째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이 9월 30일까지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갤러리 그림수다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번 남기희 작가의 무념무상전은 단순한 회화 전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수행적 작업을 집약해낸 정신적 무대다. 작가는 수십 년간 ‘비움과 채움’이라는 역설적 화두를 붙들고, 화면을 지우고 쌓는 과정 속에서 존재와 삶을 성찰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성찰의 결론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비움과 채움의 긴장, 마띠에르의 수행성
남기희의 화면은 단순히 물질이 올려진 캔버스가 아니다. 모래와 안료를 섞어낸 독창적 마띠에르(matière)는 시멘트와 같은 질감을 형성하며, 표면에 시간의 흔적을 새겨 넣는다. 드러났다 사라지는 화면의 층위는 마치 과거의 자아를 벗겨내는 의식(ritual)처럼 다가온다. 그 속에서 작가는 “없으나 존재하는 것, 비었으나 충만한 것”의 미학을 구현한다.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관계의 미학, 추상에서 공동체로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무채색 위주의 절제된 색감이다. 그러나 화면 가까이 다가가면 미묘한 색의 잔영이 남아 있어 개인적 기억과 타인과의 인연을 은유한다. 작가가 “선과 면은 곧 인연이며,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고 밝힌 것처럼, 그의 추상은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와 공동체의 구조로 확장된다. 이는 추상이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관계의 미학’임을 증명한다.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무념무상의 창작 태도
남기희의 작업 과정은 수행에 가깝다. 수차례 덧칠과 지우기를 반복하는 행위는 고된 노동이자 동시에 무념의 자유로움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허송세월’처럼 보이는 시간을 창작의 시간성으로 전환한다. 비움 속에서 오히려 충만이 발생하고, 무념 속에서 창작의 자유가 발현되는 역설적 지점을 포착한 것이다.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동양 사상의 현대적 번역
평론가들은 남기희의 회화를 단순한 화면이 아니라 철학적 실천으로 본다. 그의 작업은 장자의 사유와 불교의 ‘공(空)’ 사상을 삶의 체험 속에서 해체하고,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모래와 안료가 만들어내는 거친 질감은 육체적 감각을 불러오고, 절제된 색의 층위는 정신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화면의 여백은 공허가 아니라 ‘쓸모없음의 쓸모’가 드러나는 자리다. 이 여백은 관객에게 자기 성찰의 거울이 된다.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존재론적 질문과 예술가의 고백
남기희는 자신을 “화벽(畵癖)이 있는 사람”이라 말한다. “캔버스 앞에서만 가장 진정한 나를 만난다”는 그의 고백은 회화가 단순한 직업이나 취미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임을 드러낸다. 작은 알갱이를 쌓듯 이어온 작업이 그에게는 하나의 유토피아를 향한 길이며, 어쩌면 이미 ‘무하유지향’에 도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회화적 응답이다. 남기희는 비움 속에서 충만을, 관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며, 추상을 동양 사상의 심층적 정신과 연결짓는다. 그의 회화는 단순히 보는 미술을 넘어, 삶을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 체험의 장이다.

남기희 작가-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작가-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비움 속 충만을 향한 회화적 수행’-사진제공 남기희 작가

전시 개요
전시명: 남기희 14회 개인전 ‘무하유지향-무념무상전’
작가: 남기희
경력: 개인전 13회, 해외·단체전 350여 회, 다수의 국내외 아트페어 참여
수상: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초대작가상, 대한민국 창조문화대상, 한국예총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등
현직: ARTHEAL 아트페어 대표, 인사동 감성미술제 대표, 아트힐예술기획 대표, 한국미협 미술교육위원장, 한국청소년미술협회 이사, 아트코리아방송 기획이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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