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2층에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있는 ‘2025 제4회 서울명인전’은 한국 전통예술과 현대적 미감을 동시에 담아내는 무대다. 이번 전시를 주관한 한국예술문화명인 서울지회 선현거 회장은, 개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예술 철학과 나전칠기 기반의 은선목분상감 기법, 그리고 서울명인회의 미래 구상에 대해 진솔하게 밝혔다.

선현거 회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회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회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회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전통을 현대에 맞게 풀어내다
선현거 회장은 수십 년간 나전칠기를 응용한 ‘은선목분상감’ 기법을 다듬어온 장인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머릿장, CD장, 보석함, 바둑판 등 생활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공예품들로,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현대인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했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장이나 보석함 같은 생활공예품에 은선목분상감을 접목했습니다. 옻칠과 주칠을 바탕으로 전통문양과 추상적 패턴을 더해, 쓰임새 있는 예술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머릿장은 은은한 옻칠 위에 추상적인 선묘와 한문 수복 문양이 더해져 전통과 현대의 미감을 동시에 품는다. 또한 보석함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문양을 은선목분상감 기법으로 새겨 넣었으며, 바둑판 역시 미송 원목 위에 은선 장식을 가미해 예술성과 놀이적 기능을 동시에 구현했다.

선현거-머릿장(콘솔) 800-400-950m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머릿장(콘솔) 800-400-950m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작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작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명인회와 한국예총, 그리고 현실적 고민
선현거 회장은 인터뷰에서 서울지회 명인회의 현실적 어려움과 한국예총의 혼란 상황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총 본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들은 잘 수습될 것입니다. 명인 여러분께서는 정치적 갈등보다 작품에 몰두하시기를 바랍니다. 저희 서울지회는 전시를 통해 힘차고 활기차게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또한 단순히 전시회를 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들의 작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개척하고 있음을 밝혔다. 문화원이나 정치권과의 연계,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공예가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선현거 CD장 700-290-1520m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CD장 700-290-1520m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작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작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바둑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바둑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은선목분상감, 장인의 길
선현거 회장은 경희대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수십 년 동안 국제무대에 은선목분상감 작품을 선보여 왔다. 1988년 코엑스 국제전시회와 일본 도쿄 전시회를 시작으로 중국 광주, 부산 벡스코, 서울 코엑스 아트페어 등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또한 2017년 동아대전 초대작가, 2018년 한국공예가회 초대전 작가 등으로 초청받으며 명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기교를 넘어 ‘생활 속에서 숨 쉬는 전통 예술’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나전칠기에서 파생된 은선목분상감은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추상을 동시에 품어, 장식과 실용을 겸비한 새로운 공예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선현거 명인 작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선현거 명인 작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제4회 서울명인전, 선현거 회장 인터뷰-'은선목분상감으로 빚는 전통과 현대의 교차'-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제4회 서울명인전, 선현거 회장 인터뷰-'은선목분상감으로 빚는 전통과 현대의 교차'-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명인회의 도약을 위하여
“명인회의 힘은 결국 작품에서 나온다”는 선현거 회장의 말처럼, 서울지회의 미래는 개별 명인들의 창작 의지와 집단적 성취에 달려 있다. 그는 전시회를 단순한 행사가 아닌, 명인들이 모여 서로의 기량을 확인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장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제4회 서울명인전은 바로 그러한 도약의 발판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통 공예의 뿌리를 지켜내고 이를 현대적으로 확장하려는 선현거 회장의 노력은 한국 전통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비추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공예의 본질이 단순한 물건이 아닌, 시대와 사람을 잇는 매개체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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