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수원시립미술관(관장 남기민)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9월 26일(금)부터 2026년 1월 11일(일)까지 열리며, 나혜석, 박래현, 박수근, 배운성, 백남순, 백영수, 서진달, 임군홍, 이응노, 이종우,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빛나는 13인의 작품 55점을 선보인다.

박래현_작품 16_1968년, 종이에 채색, 134.5×169.6㎝_가나문화재단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박래현_작품 16_1968년, 종이에 채색, 134.5×169.6㎝_가나문화재단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이번 전시의 백미는 수원시립미술관 대표 소장품인 나혜석의 회화 작품과 함께, 유일한 유품인 사진첩을 전면 공개하는 것이다. 2017년 유족 기증으로 소장된 이 사진첩은 최근 2년간 상태 조사와 보존 처리, 영인본 제작 및 기초 해제 연구 과정을 거쳤다. 사진첩 속 96장의 사진과 101건의 자필 설명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예술가로서의 내면을 드러내며, 나혜석의 삶과 감정을 은유하는 중요한 아카이브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된다.

배운성, 가족도, 1930-35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 140×200cm_ 대전프랑스문화원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배운성, 가족도, 1930-35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 140×200cm_ 대전프랑스문화원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_자화상(여인초상)_1928년 추정_캔버스에 유화물감_89x76cm_수원시립미술관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_자화상(여인초상)_1928년 추정_캔버스에 유화물감_89x76cm_수원시립미술관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두 번째 장에서는 나혜석의 사진첩을 통해 드러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 작가들이 창작의 원형으로 삼았던 ‘가족’을 조명한다. 임군홍의 미완성작 <가족>(1950)은 6·25 전쟁 발발 직전의 불안한 시대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아냈으며, 백영수의 <모성의 나무>(1998)는 이동과 모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깊은 애정을 표현한다. 박수근과 이중섭의 작품에서도 가족은 곤궁한 현실 속에서 위안이자 예술적 영감의 근원이 되었다.

백영수, 모성의 나무, 1998,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cm, 백영수미술관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백영수, 모성의 나무, 1998,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cm, 백영수미술관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세 번째 장 ‘여정의 어딘가에서’는 나혜석의 사진첩 속 여행과 장소를 단서로, 사회적 고립과 고통 속에서도 길 위에서 자아를 찾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여정을 보여준다. 배운성, 백남순, 이종우, 서진달, 이응노의 작품은 각자의 길 위에서 마주한 세계와 예술적 감흥을 전한다.

마지막 장 ‘나를 잊지 않는 행복’에서는 나혜석과 더불어 일본 유학을 경험한 여성 작가 박래현과 천경자의 여행과 예술적 변화를 조명한다. 박래현은 세계 여행을 계기로 동양적 추상과 판화 작업을 시도하며 새로운 표현을 개척했고, 천경자는 고대 문명과 이국적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꽃과 여인의 세계를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래현의 <작품 16>(1968), 드로잉북, 판화와 함께 천경자의 대표작 <여인상>(1985)과 기행 스케치가 공개된다.

서진달_나부_1937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71x51cm_국립현대미술관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서진달_나부_1937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71x51cm_국립현대미술관 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임군홍, 가족, 1950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 96×126.5cm, 유족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임군홍, 가족, 1950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 96×126.5cm, 유족소장-사진제공 수원시립미술관

관람객을 위한 오디오가이드에는 그룹 몬스타엑스(MONSTA X)의 민혁이 참여해 나혜석, 박수근, 박래현, 임군홍의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 전시장 QR코드를 통해 누구나 모바일 기기로 무료 감상이 가능하다.

남기민 관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미술관의 소장품을 매개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인 만큼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며 예술의 울림을 나누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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