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멕시코 출신 세계적 화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엘 수에뇨(라 카마, 1940)가 올가을 소더비 뉴욕 경매에 출품되며, 최대 6천만 달러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매는 매디슨 애비뉴에 새롭게 들어선 소더비 본사에서 열리는 첫 경매로,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주요 작품 80여 점이 함께 공개된다.

프리다 칼로, 엘 수에뇨(라 카마) (1940). 소더비 제공.
프리다 칼로, 엘 수에뇨(라 카마) (1940). 소더비 제공.

초현실주의의 정수, 칼로의 걸작
엘 수에뇨는 하늘 위 네 기둥 침대에 누운 칼로와 그 위에 놓인 해골 머리 인물이 등장하는 초현실적 장면을 담고 있다. 침대 캐노피 위의 종이 해골은 멕시코 전통에서 죽음을 길들이는 상징으로, 재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소더비 라틴 아메리카 미술 부문 수석 부사장 안나 디 스타시는 이 작품을 두고 “칼로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보기 드문 걸작”이라 평가했다.

소더비는 낙찰가를 4천만 달러에서 6천만 달러 사이로 예상했으며, 이는 2021년 'Diego y yo'가 기록한 라틴 아메리카 미술 최고 낙찰가(3,490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프리다 칼로, 엘 수에뇨(라 카마 1940). 소더비 제공.
프리다 칼로, 엘 수에뇨(라 카마 1940). 소더비 제공.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집합, ‘Exquisite Corpus’
이번 경매는 ‘Exquisite Corpus’라는 주제로 열리며,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된다. 마그리트의 희귀작 라 레프레상타시옹(1962), 달리의 꼬끼오의 공생(1931), 도로시아 태닝의 갑작스러운 기쁨이 있는 실내(1951) 등이 주요 출품작이다.

소더비 부회장 줄리안 도스는 “이 정도 규모와 집중도를 갖춘 초현실주의 컬렉션은 평생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번 경매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고가 컬렉션과 맞물린 미술 시장의 흐름
최근 소더비는 4억 달러 규모의 레너드 로더 컬렉션을 확보하며, 구스타프 클림트의 1억 5천만 달러 작품과 반 고흐의 4천만 달러 작품 등 초대형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 소더비 역시 8,100만 달러 예상가를 크게 웃도는 1억 3,600만 달러에 초현실주의 컬렉션을 낙찰시키며 시장의 활기를 입증했다.

그러나 이번 칼로 작품은 아직 보증인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등장해, 몇 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미술 경매 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 La Représentation (1962). 소더비 제공.
르네 마그리트, La Représentation (1962). 소더비 제공.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대한 재조명
이번 경매는 발렌타인 휴고, 케이 세이지, 도로시아 태닝, 레메디오스 바로 등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출품되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평가가 미진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 미술계에 주는 시사점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개인적 서사와 상징적 이미지, 그리고 보편적 감정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는 한국 미술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순히 기법이나 양식의 모방을 넘어, 한국적 정체성과 문화적 경험을 초현실적·상징적 언어로 확장할 수 있을 때 K-아트 역시 세계 무대에서 강력한 공감과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로시아 태닝, 갑작스러운 기쁨이 있는 실내 (1951). 소더비 경매 제공.
도로시아 태닝, 갑작스러운 기쁨이 있는 실내 (1951). 소더비 경매 제공.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글로벌 경매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특정 작가와 국가 미술의 상징성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키는 문화적 무대가 되고 있다. 한국 미술이 국제적 컬렉터와 미술 기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칼로처럼 ‘개인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서사’를 담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칼로의 경매 출품은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위상을 다시금 높이는 동시에, K-아트가 나아가야 할 세계화의 길에 대한 거울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