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세계적인 공공 예술 축제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 2025가 9월 17일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막을 올려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이 무료 전시는 14명의 국제적 작가들이 선보이는 조각 작품을 영국의 역사적 정원 속에 배치하며, 런던 가을의 문화적 정점을 이룬다.

프리즈 조각전은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와 병행해 개최되며, 올해는 큐레이터 파토스 위스텍(Patos Üstek)이 제시한 새로운 주제 *“In the Shadows(그림자 속에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위스텍은 그림자를 불길한 기호가 아닌 창조적이고 잠재적인 공간으로 해석하며, 기억·물질·신화가 교차하는 장소로 확장했다.

티무르 시 - 진, 야생과 자유의 마지막 (Rhododendron calophytum) , 2025. 프리즈 조각 2025. 린다 닐린드 촬영. 프리즈 제공
티무르 시 - 진, 야생과 자유의 마지막 (Rhododendron calophytum) , 2025. 프리즈 조각 2025. 린다 닐린드 촬영. 프리즈 제공

참여 작가들은 그림자를 관념적이자 물리적 현상으로 다루며, 생태적 부재, 조상의 흔적, 신체적 각인, 조각적 은유를 탐구한다. 앤디 홀든은 청동으로 만든 ‘새소리’를 통해 침묵을 시각화하고, 리나 사이니 칼라트는 거대한 사운드 조각으로 기억의 울림을 증폭시킨다. 캐나다 원주민 출신 존 퀵투시 스미스는 집단 기억을 담아낸 헌정 작품을 통해 망각을 넘어서는 존재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에르윈 웜은 유령 같은 의상 설치를 통해 신체와 부재를 동시에 암시하고, 부르차크 빙괼은 리젠트 파크의 점토 토양을 활용해 장소 특정적 조각을 제작했다. 엔리케 올리베이라와 그레이스 슈빈트는 재생적 비전을 통해 생태적 긴박감을 환기시켰다. 이 모든 작품은 부재를 존재로, 그림자를 생성적 이미지로 변환시키며 관람객을 사유의 장으로 이끈다.

Henrique Oliveira, Desnatureza 8 , 2025. Frieze Sculpture 2025. 사진: Linda Nylind. 프리즈 제공
Henrique Oliveira, Desnatureza 8 , 2025. Frieze Sculpture 2025. 사진: Linda Nylind. 프리즈 제공

프리즈 조각 2025는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Assemble의 의상 행렬, Simon Hitchens의 드로잉 퍼포먼스, Lucía Pizzani와 Lucia Pietroiusti의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위스텍이 직접 진행하는 큐레이터 투어는 작품과 전시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

이번 전시는 런던 조각 주간(London Sculpture Week)과도 협력해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확장된다. ‘네 번째 받침대(Fourth Plinth)’, ‘도시 조각(Sculpture in the City)’, ‘더 라인(The Line)’과 함께 진행되는 이 축제는 런던을 세계적 조각의 수도로 자리매김시키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특히 바르부르크 연구소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를 통해 현대 조각의 사회적·예술적 역할에 대한 담론을 확장한다.

프리즈 조각 2025, 리젠트 파크에서 열리다-‘그림자 속에서’의 미학-사진제공 프리즈 조각 2025
프리즈 조각 2025, 리젠트 파크에서 열리다-‘그림자 속에서’의 미학-사진제공 프리즈 조각 2025

“In the Shadows”라는 주제가 보여주듯, 올해 프리즈 조각은 가려진 것·잊힌 것·숨겨진 것을 환기하며, 공공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기억과 생태적 위기의식까지 포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런던 시민과 세계 각지의 관람객은 리젠트 파크라는 열린 공간에서 예술을 공유하며, 조각이 던지는 사유의 그림자를 따라가게 된다.

프리즈 조각은 이제 단순한 부대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현대미술의 담론을 주도하는 실험장이자, 공공예술이 지닌 미래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무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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