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9월 27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세마홀에서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 '한만영: “예술성, 회화성 그리고 동시대성”'이 열린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작가 한만영(韓萬榮)의 작업세계를 기존 도식으로 환원하지 않고, 동시대적 의미망 속에서 다시 읽고자 하는 시도다.

Origin of the Space 76-7 Oil on Canvas 100x80.3cm 1976-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6-7 Oil on Canvas 100x80.3cm 1976-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한만영, 범주를 넘어서는 회화
그동안 한만영은 극사실·초현실·포스트모던 사이의 경계선상에서 논의돼왔다. 그러나 이 범주론은 장기간 이어져 온 그의 회화 실천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극사실 화가’라는 낡은 규정을 벗어나, 회화가 세계를 사유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는다.

Origin of the Space 77-9 Oil on Canvas 116.8x91cm 1977-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7-9 Oil on Canvas 116.8x91cm 1977-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8-7 Oil on Canvas 116.8x91cm 197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8-7 Oil on Canvas 116.8x91cm 197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네 발제가 여는 ‘새 판’
안진국 – ‘극사실/초현실’을 넘어 제3의 경로: 마술적 리얼리즘
안진국은 한만영을 기존 범주에 가두어온 해석의 한계를 비판하며, ‘마술적 리얼리즘’을 새로운 경로로 제시한다. 이는 현실·감각·개념이 얽히는 회화적 읽기를 가능케 하며, 한국 현대미술사 속에서 한만영을 새롭게 자리매김할 근거를 마련한다.

Origin of the Space 78-8 Oil on Canvas 53x45.5cm 197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8-8 Oil on Canvas 53x45.5cm 197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변종필 – ‘비동시성의 동시성’: 시간을 설계하는 회화
변종필은 대표 연작 〈시간의 복제〉를 ‘시간의 이정표’ 개념으로 분석한다. 과거·현재·미래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 병치되는 방식은 단순 차용이 아닌, 새로운 공간성과 의미망을 창출한다. 그는 이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미학으로 정식화하며, 회화가 시간의 층위를 설계하는 장치임을 밝힌다.

Origin of the Space 78-18 Oil on Canvas 72.7x60.6cm 197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8-18 Oil on Canvas 72.7x60.6cm 197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9-6 Oil on Canvas 60.6x72.7cm 1979-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9-6 Oil on Canvas 60.6x72.7cm 1979-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김수진 – ‘초이상외(超以象外)’: 동아시아 미학의 회화성
김수진은 1990년대 설치작업과 날개 모티프를 분석하며, 서구적 분류를 넘어선 동아시아 미학의 감각 속에서 한만영의 회화성을 조명한다. ‘초이상외’라는 개념을 통해 단순 재현을 넘어 형상 밖의 초월적, 유희적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해석한다. 이는 과거 서구 아류로 폄하되던 평가를 교정하는 시도다.

Origin of the Space 79-10 Oil on Canvas 72.7x60.6cm 1979-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9-10 Oil on Canvas 72.7x60.6cm 1979-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이경모 – 회화성의 확장과 동시대 담론
이경모는 한만영의 작업을 ‘회화성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한다. 단순한 기법적 리얼리즘이 아니라, 회화를 사유의 장으로 확장해 동시대 미술 담론과 접속시킨 그의 실험은 “회화는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적극적 답변이 된다.

Origin of the Space 79-15 Oil on Canvas 65x53cm 1979-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Origin of the Space 79-15 Oil on Canvas 65x53cm 1979-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키워드의 접속- ‘병존’, ‘사물로서 기억’, ‘새로운 실재론’
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한만영 회화의 세 가지 키워드로 집약된다.
병존(coexistence): 화면 속 서로 다른 시간·사물이 공존하는 논리
사물로서 기억: 차용된 이미지들이 집단적 경험과 기억의 매개로 작동
새로운 실재론: 원인과 결과의 서사가 아닌, 감각의 논리로 작동하는 화면
이 개념들은 발제자들의 논지와 교차하며, 한만영의 회화를 단순 재현에서 벗어난 동시대적 사유의 장으로 위치시킨다.

Reproduction of time-Olympia  Mixed Media on canvas & Object 130.3x1.2x193.9cm 201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Reproduction of time-Olympia  Mixed Media on canvas & Object 130.3x1.2x193.9cm 2018-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기존 담론을 어떻게 업데이트하는가
범주의 해체: 극사실/초현실의 이분법을 넘어 마술적 리얼리즘·비동시성의 동시성·초이상외라는 다층적 축을 세운다.
시간/공간의 회화학: ‘시간의 이정표’ 개념을 통해 차용을 새로운 공간 설계 장치로 이론화한다.
동아시아 미학의 접속: 날개와 깃털, 거울과 오브제의 상징을 초이상외로 재독해, 서구적 도식이 놓친 감응의 회화성을 복원한다.
연구 지평 확장: 이번 논의는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환기하며, 학계와 현장의 공동 출발점을 명확히 한다.

Untitled Oil on canvas 116.8x91cm 1977-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Untitled Oil on canvas 116.8x91cm 1977-사진제공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이번 세미나가 남길 것
한만영에 대한 기존 정의-‘극사실 화가’를 넘어, 시간·병존·감각의 논리를 담아낸 회화적 사유자로 새롭게 기입한다. 이는 단순한 작가론 갱신이 아니라 한국 현대회화 담론 전체의 재정의를 촉발하는 계기다.

'한만영: “예술성, 회화성 그리고 동시대성”' 학술세미나는, 한만영을 기법의 범주로 환원하지 않고 회화를 통한 세계 사유의 논리로 재정의하려는 자리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사의 빈칸을 메우고, 회화성에 대한 동시대 담론을 갱신하는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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