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4층에서 2025년 9월 17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있는 제7회 조현경 개인전 ‘오브제–풍요’는 단순한 설치미술의 범주를 넘어, 현대인의 욕망과 문명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한 실험적 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21일 전시장에 김종근 미술평론가와 동행하여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리포터로 나서 조현경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조현경 작가와  김종근 미술평론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작가와  김종근 미술평론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풍요, 본능과 문명의 이면을 향한 질문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풍요’로 명명했다. 물질적 풍족함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본능적 삶의 감각을 소환하며 “풍요 이면의 또 다른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폐품과 전자부품, 플라스틱 등 일상 속 사물들을 조합해 형성된 오브제는 단순히 조형적 집합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을 압축한 은유적 풍경으로 읽힌다.

조현경 Osiris 2019-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Osiris 2019-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Osiris 2019-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Osiris 2019-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백남준을 연상시키는 설치, 그러나 독자적 맥락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다수는 작품에서 백남준을 연상한다. 그러나 조현경은 “후배로서 일부 기법을 참고했을 뿐, 나만의 이야기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강조한다. 그의 오브제는 단순히 기술적 차용을 넘어, 공간감과 부피감을 고려한 입체적 구성으로 차별화된다. 수많은 소재 중 실제 작품에 들어가는 것은 극소수이며, 이 ‘맞춤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작업실은 산더미 같은 사물들로 채워진다.

조현경-전쟁-2020-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전쟁-2020-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회화와 입체의 만남, 이집트 문명과의 연결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입체와 평면을 병치시켜 새로운 의미망을 구축한다. 전시장 한켠에는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를 모티프로 한 회화가 설치되어 있으며, 오브제와 평면은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로 맞물린다. 조현경은 “이집트 문명은 유럽 문명의 뿌리이자 미술사의 첫 장”이라며, 작품 속에 샤머니즘적 기운과 고대 문명의 상징을 녹여냈다.

조현경-Gaea24-1-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Gaea24-1-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욕망의 오브제, 마릴린 먼로를 위한 의자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M을 위한 의자’다. 세계적 아이콘 마릴린 먼로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에로틱함과 섹시함이라는 욕망의 상징성을 담아내면서도, 늘 서 있는 이미지로 소비된 그녀에게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인간적 연민과 상상력이 결합된 상징적 기념비로 읽힌다.

조현경-Goldorado-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Goldorado-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M을 위한 의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M을 위한 의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무명의 디자이너와 창조의 고통에 대한 헌사
작가는 ‘디자이너를 위한 기념비’라는 부제를 통해,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창조적 고뇌와 희생을 환기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에는 디자이너의 고민과 고통이 스며 있다. 그들의 의식을 내 작업 속에 다시 구축하고자 했다”는 그의 말처럼, 전시는 무명의 창조자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이기도 하다.

조현경-Origin-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Origin-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갑자1-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갑자1-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다다이즘적 실험, 그리고 변화를 향한 다짐
작품 전반에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맥락이 배어 있다. “서로 이질적인 사물들을 조합했을 때 새로운 조형적 의미가 발생한다”는 그의 설명처럼, 오브제는 낯설지만 신선한 긴장을 발산한다. 고희를 앞둔 작가는 “시대에 맞게 변화를 계속 추구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작품으로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조현경-토템-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토템-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제7회 조현경 개인전 '오브제'-'풍요'-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제7회 조현경 개인전 '오브제'-'풍요'-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번 전시는 풍요와 욕망, 문명과 샤머니즘, 평면과 입체가 교차하는 복합적 사유의 장이다. 조현경의 오브제는 단순히 재료의 재활용을 넘어, 삶과 문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의 작업이 지닌 참신한 표현양식은 ‘제2의 백남준’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현경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조현경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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