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최윤영 기자] 9월 17일 오후 4시, 대전시립미술관 대강당은 가을 햇살만큼 따스한 긴장과 환희로 가득했다. 제23회 이동훈미술상 시상식을 맞아 200여 명의 미술인과 지역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故) 이동훈 화백의 예술정신을 되새겼다.
행사 시작 전부터 대강당 로비는 수상자와 축하객, 미술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 예술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축하를 전하는 모습은 시상식을 단순한 의식이 아닌 지역 문화의 축제처럼 느껴지게 했다. 무대 위에는 이동훈 화백의 흑백 초상이 걸려, 이번 행사의 상징적 의미를 더욱 부각했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본상 수상자 발표 순간이었다. 이름이 호명되자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임송자 작가는 미소 속에 담긴 눈시울의 흔들림으로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작품을 더 발전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늘의 수상이 새로운 시작을 열어 줄 것 같다”며 진솔한 소감을 남겼다. 그의 말은 관객들에게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은희 작가는 전통 채색화와 동양화적 뿌리로 빚어낸 회화 세계로 특별상을 받았다. “앞만 보고 달리던 길 위에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감격을 표했다. 정의철 작가는 인체를 매개로 인간의 감정을 조형화해온 열정적인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이동훈 미술상의 이름에 걸맞은 전시로 보답하겠다”는 짧지만 굳은 다짐을 밝혔다.
행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비롯해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윤의향 대전시립미술관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장우 시장은 축사에서 “위대한 작가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을 열 수 있도록 문화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은 “이동훈 선생의 업적이 남긴 영향력이 오늘의 예술가들을 키워냈다”며, “이 상을 전국 최고의 미술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상식 후반, 무대와 객석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채워졌다. 원로와 중견, 신진 작가들이 함께 축하를 나누는 모습은 ‘세대를 잇는 예술의 자리’라는 이동훈미술상의 정신을 실감케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모두가 무대 앞으로 모였을 때, 행사장은 마치 가족사진을 찍는 듯 화기애애한 공기로 가득 찼다.
제23회 이동훈미술상 시상식은 단순한 시상 행사가 아닌, 지역과 세대, 전통과 현재를 잇는 문화의 교차점이 되었다. 임송자, 김은희, 정의철 작가의 수상은 한국 미술계가 앞으로도 이동훈 화백의 정신을 이어가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시상식은 지역 예술의 뿌리를 확인하고, 동시에 한국미술의 넓은 지평을 향한 여정을 다짐하는 장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