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에서는 2025년 10월 1일부터 6일까지 박종현 개인전 ‘광장의 바람’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사회가 다시금 직면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광장을 기록한 사진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단순한 현장 기록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응시하는 증언의 장을 제시한다.
작가 박종현은 스테이트먼트에서 “계엄이 선포된 날, 광장은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밝힌다. 공포가 ‘질서’의 이름으로 퍼지던 순간에도 시민들은 불안 속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존재를 증명했다. 그의 카메라는 그날의 깃발과 응원봉, 손팻말, 커피 한 잔의 선결제와 같은 사소한 행위들에 주목하며, 그것을 “양심의 떨림, 실존의 진동”으로 해석한다. 각 프레임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자 증언으로 남는다.
정현목 홍익대 교수는 평론에서 한국 현대사 속 광장의 의미를 되짚으며 박종현의 작업을 “광장의 새로운 문화적 전환을 드러내는 기록”으로 평가한다. 그의 사진 속 광장은 과거의 획일적 구호와 상징에서 벗어나 유머, 풍자, 놀이, 문화가 공존하는 다층적인 풍경으로 확장된다. 아이돌 응원봉과 패러디 문구가 적힌 팻말, 아스팔트에 쓰인 문장은 최루탄과 화염병의 이미지와 결별하며 변화된 집회 문화를 상징한다.
또한 작가는 특정 진영에 편중되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을 같은 거리에서 기록한다. 양 진영 모두에게 들린 태극기는 국기가 단일한 정치적 의미로 환원될 수 없음을 드러내며, 민주주의가 내포한 분열과 공존의 현실을 성찰하게 한다.
‘광장의 바람’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은유다. 깃발을 흔드는 힘, 눈 내리는 광장을 지킨 청년들의 모습, 타인을 위한 작은 손길 모두가 이 바람을 만들어낸다. 박종현의 카메라는 바로 그 떨림과 울림을 기록하며, 광장이 단순히 정치적 집합의 장소가 아닌 인간적 존엄과 연대의 공간임을 환기한다.
박종현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예술의전당 '바람의 꿈', 2023년 뉴욕 GALA ART CENTER 개인전 '마음의 바람' 등 꾸준히 ‘바람’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광장의 바람'은 그의 ‘바람’ 연작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된 성과라 할 수 있다.
‘광장의 바람’은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간 실존을 동시에 응시하는 사진적 증언이다. 시대의 정치적 격동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연대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묻는 이번 전시는, 광장의 역사와 오늘을 잇는 중요한 기록이자 사진 예술이 사회적 기억에 기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