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사)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가 주최·주관하는 제주갤러리 특별기획전Ⅱ '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가 오는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정근, 성상은, 양화선, 이용원 4인의 작가가 참여해 사진, 회화, 영상, 사운드를 통해 현대 도시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자연의 흔적을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미화하거나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개발과 소비로 지워진 풍경을 기억하며, 결핍과 부재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을 포착한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부엉이’는 자연이 인간 곁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존재로, 인간과 자연이 다시 조심스럽게 화음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들은 ‘풍경’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되어온 자연을 낯설게 재조명한다. 아스팔트 틈새의 풀, 베란다 난간에 날아든 새, 도시 불빛 속에서 미약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생명들을 통해 관람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생태적 감수성을 다시 깨닫게 된다.
박정근은 제주에 정착한 뒤 사람과 경관, 기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Echos of Fragility: 깨지기 쉬운 섬세한 것들의 메아리'를 선보이며, 제주 바다와 풍력발전기, 미분양 건축물 등에서 발생하는 인간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포착해 기후 위기와 생태계 변화를 성찰한다.
성상은은 얼룩과 자국 같은 사소한 흔적 속에 시간과 존재의 언어를 읽어낸다. 흔적과 자연의 유기적 형상을 결합해 생명의 질서와 찰나의 유동성을 보여주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양화선은 도시 재개발과 생태계 변화를 주제로 작업한다. 대표작 〈이동하는 생태계〉는 이주 과정에서 남겨진 식물을 매개로 생명의 이동과 네트워크를 시각화하며, 〈구상나무 시리즈〉는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생애를 기록한다.
이용원은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통해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점차 소외되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한다. 도시 개발과 부동산 구조 속에 밀려나는 생명들의 흔적을 소리로 기록하며, ‘듣기’를 통해 세계를 다시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는 자연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자연을 고유한 존재로 존중하며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작은 생명의 흔적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연결을 발견하고, 잊혀진 경외의 감각을 되살리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화음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