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대전시립미술관은 9월 17일부터 11월 23일까지 제22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전 ‘최예태 展’을 제5전시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제23회 이동훈미술상 시상식과 함께 막을 올리며,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현대회화의 지평을 확장해 온 최예태 화백(1937~)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이동훈미술상의 의미
2003년 제정된 이동훈미술상은 대전미술의 기틀을 마련한 故 이동훈 화백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상은 단순한 지역상에 머물지 않고,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본상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회화적 원칙을 고수하며 변주와 갱신을 이어온 최예태 화백에게 돌아갔다.
최예태의 회화 세계
최 화백은 오랜 세월 자연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해체와 재구성의 대상이며, 끊임없이 간소화로 향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그는 이를 두고 “면과 색, 리듬으로 나의 시각 공간을 간소화하며 한난대비와 단순화된 구조 속에서 붉은 산의 환타지를 기하학적 구성으로 환원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삼각형을 기본 단위로 한 중첩과 적층 기법, 강렬한 보색 대비는 그의 산 연작을 상징하는 조형 원리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붓과 나이프를 병용하여 물질성과 긴장감을 구축했으며, 이후에는 캔버스 분할과 색 띠 삽입 같은 실험적 기법을 통해 시각적 지평을 넓혔다. 〈금강산〉(2001), 〈히말라야의 축제〉(2008) 같은 대표작에서는 자연의 리듬을 추상 구조로 치환했으며, 〈회색 나부의 군상〉(2006), 〈검은 나부〉(2025)에서는 인체를 심리적 밀도의 형상으로 재해석했다. 최근작 〈붉은 산의 판타지〉(2025), 〈리듬〉(2025)에서는 형태를 단순화하고 색채를 밀도화하며, 회화를 서사에서 해방된 리듬의 구조로 제시한다.
윤의향 대전시립미술관 관장은 “최예태의 회화는 반복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본질에 다가간다”며,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과 신작을 동시에 선보여, 시대와 더불어 변화해온 작가의 궤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울림’의 회화
최예태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울림’이다. 그의 호(號)처럼, 그의 회화는 정지된 재현이 아니라 여백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진동이다. 감정은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색채와 구조, 화면의 리듬 속에서 조용히 발생하며, 관객은 이를 응시하면서 새로운 감각적 울림을 경험한다.
작가 연보와 공적
최예태는 국전 추천·초대작가로 활동을 시작해 국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장,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예술상, 대한민국 미술인 특별상(장리석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5년 성신여자대학교 최예태 미술관을 설립, 2016년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2017년 앙데팡당전 심사위원장, 2019년 프랑스 마니에 국제아트페어 심사위원 등을 맡았다. 2022~2023년에는 이동훈미술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상임고문위원장, KAMA 한국현대미술가협회 고문, 아트코리아방송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제22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전은 최예태라는 거장의 회화적 실천이 어떻게 한국 현대회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어왔는지 증명하는 자리다. 반세기를 넘어 지금도 진행형인 그의 작업은, 변주를 통해 도달하는 회화의 본질적 힘을 우리 앞에 다시금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앞으로의 한국미술이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