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이 다시 한 번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임을 증명했다. 제4회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6일, 높은 판매 실적과 인파로 가득한 현장, 그리고 국제적 낙관 분위기 속에서 성대한 막을 내렸다. 48개국에서 7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코엑스를 찾았으며, 세계적인 수집가와 큐레이터, 박물관 관계자, 한국의 문화계 인사와 대중 스타들이 함께했다.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 패트릭 리는 “개막 순간부터 높은 판매고와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했다”며, 무엇보다 “한국의 풍부한 기관 및 컬렉터 생태계와 국제 미술계 간의 연결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28개국 121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코엑스 전시장뿐 아니라 한남동, 삼청동, 리움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까지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판매 실적은 세계 미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하우저 앤 워스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을 450만 달러에, 조지 콘도의 작품을 120만 달러에 판매했고, 화이트 큐브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을 비롯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거래했다. 슈프뤼트 마거스, 태대우스 로팍 등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도 굵직한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갤러리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학고재는 김환기의 ‘구름과 달’을 약 140만 달러에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작품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을 50만 달러 이상에 선보였다. 갤러리현대, 티나킴 갤러리, PKM 갤러리 등도 고무적인 판매 성과를 기록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자신감을 확인시켰다.
아시아 갤러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도쿄 갤러리+BTAP, 아시아 아트센터, 누카가 코타로,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 리안 갤러리, 타쿠로 소메야 컨템포러리 아트 등이 두 자릿수 이상의 작품을 판매하며 아시아 시장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프리즈 서울이 단순히 한국만의 무대가 아니라, 아시아 전역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의 면면 역시 화려했다. 김혜경 대통령 부인, 오세훈 서울시장, 마크 브래드포드, 무라카미 다카시 등 세계적 작가들과 함께 BTS, 블랙핑크, NCT, 세븐틴의 멤버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MoMA, 테이트 모던, LACMA, 구겐하임, 모리 미술관, 베이징 UCCA 등 세계 유수 기관 관계자들 역시 서울을 주목했다.
갤러리 관계자들의 평가도 한목소리였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는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의 새로운 예술 허브로서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고, 태대우스 로팍은 “올해는 작품의 집중도와 속도가 현저히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리만머핀의 레이첼 레만 역시 “서울은 컬렉터와 기관, 작가, 갤러리가 모여 있는 주요 미술 중심지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프리즈 서울은 이제 단순한 국제 아트페어가 아니라, 한국 미술 시장과 세계 미술계가 긴밀히 연결되는 장이 되고 있다. KIAF SEOUL과의 동반 개최는 서울을 글로벌 미술 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했고, 해외와 한국의 작가, 갤러리, 기관이 동시에 호흡하는 드문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국 미술계의 과제와 전망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뒤에는 한국 미술계가 직면한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초고가 작품 거래와 글로벌 메가 갤러리 중심의 시장 구조가 지속될 경우, 한국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제한적일 수 있다. 국제적 화제성과 판매 성과가 일부 스타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미술 생태계의 균형 발전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제도적 뒷받침과 공공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 유수 미술관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를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교류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 미술계 내부의 연구, 아카이빙, 교육, 비평의 토대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컬렉터 생태계의 확장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한국의 컬렉터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나, 여전히 거래 구조는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중산층 컬렉터층의 확대와 공정한 시장 구조 확립은 한국 미술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좌우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즈 서울 2025는 분명 한국 미술이 국제 미술 담론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기세를 단순한 이벤트의 반짝 성과로 끝내지 않고, 제도적·비평적 토대와 함께 아시아의 허브에서 세계 미술의 주축으로 도약하는 길을 어떻게 닦아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