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af Seoul 2025는 한국과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을 공유하는 무대가 되었다. 9월 4일 오후, 본 기자는 갤러리 미즈 부스를 찾아 ‘김 로이(Kim Loy)’ 작가의 작품세계를 스케치 하였다.
자기생성회화, 체계의 질서를 그리다
김 로이 작가의 회화 세계는 ‘자기생성회화(Systematic Autopoiesis Painting)’라는 독창적 개념으로 요약된다. 그는 체계를 어떠한 외부 규정이나 제한이 아닌, 스스로 반복된 생성 과정을 통해 동일성과 차이를 수용하며 진화하는 질서로 정의한다. 이 과정은 자연과 인간, 사회의 모든 체계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원리이며, 이를 회화로 구현하는 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이다.
작가는 생물학자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제시한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이론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는 생명체가 스스로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김 로이는 이를 회화적 언어로 전환해 인간 존재와 삶의 자율성을 드러낸다. 그는 “인간의 삶은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유일한 활동”이라며, 이러한 자기생성적 과정이 곧 예술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점의 체계 – 인식의 진화
작가에게 점은 단순한 최소 단위가 아니라 무한히 확장 가능한 가능성의 상징이다. 점을 통해 사회적·환경적 변화 속에서 진화하는 인간의 인식 과정을 표현한다. 그의 ‘점의 자기생성회화’는 다양한 인식이 모여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형성하는 체계를 시각화한다. 이는 단순히 나열된 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와 변화를 품은 점들이 모여 함축적 질서를 이루는 집합체다.
선의 세계 – 계산과 유기적 관계
김 로이의 회화는 또한 ‘선’에서 출발한다. 정확한 각도와 길이를 계산해 반복하는 과정에서 형상은 감정이 아닌 수학적 질서에 의해 드러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선은 차가운 수치의 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형태의 경계와 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인간 관계의 유기성을 반영한다. 계산과 질서로만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선으로 표현하며, 반복 속의 변화와 경계 속의 관계성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인공지능 시대의 체계적 사유
김 로이는 자기생성회화를 단순히 자연 질서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는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반복 속에서 나름의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술가로서 그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고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회화적 창조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갤러리 미즈 부스에서 만난 김 로이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체계’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그의 회화는 점과 선이라는 조형적 기초 요소를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미래의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자기생성적 질서를 탐구한다. Kiaf Seoul 2025 현장에서 그의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삶과 예술의 체계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성찰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