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Frieze Seoul 2025는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을 공유하는 무대가 되었다. 9월 4일 오후, 김종근 미술평론가와 A09 부스에 자리한 Hakgojae Gallery의 전시 매니저 신리사 팀장을 만나 이번 출품작과 부스의 기획 의도를 들어보았다.
한국적 풍경과 ‘환기블루’
신리사 팀장은 먼저 김환기의 1962년 작품을 소개했다. 이 작품은 구상과 추상이 혼재된 시기의 대표작으로, 한국의 산과 구름, 달을 담은 풍경 속에 ‘환기블루’라 불리는 깊은 청색이 겹겹이 쌓여 있다. 점묘화 시기의 작품만큼이나 수집가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미 의미 있는 컬렉션으로 판매가 성사되었다고 전했다.
부스의 중심, 달항아리와 어머니의 형상
부스 한가운데에는 18세기 조선의 달항아리가 자리했다. 신 팀장은 “달항아리는 조선의 미학을 응축한 상징적 오브제이며, 이번 부스의 주제인 ‘한국의 어머니상’의 출발점”이라 설명했다. 달항아리의 소박하고 푸근한 이미지가 한국 어머니의 정신과 연결되면서, 전시는 자연스럽게 박수근, 변월룡, 윤석남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박수근, 변월룡 – 시대 속 어머니의 모습
박수근의 1963년 작품 ‘앉아 있는 여인’은 전후 한국인의 질박하면서도 강인한 삶의 태도를 담고 있으며, 화강암 같은 질감이 특징이다. 이어 소개된 변월룡의 ‘어머니’(1985)는 작가가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초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말년에 완성된 이 그림은 생전 집 한가운데 걸어두고 애지중지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남, 강인한 여성성과 사회적 시선
부스에는 여성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윤석남의 작품도 걸렸다. 1987년작 세폭화는 초기 여성주의 미술의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여성의 강인함과 주름진 얼굴, 크고 힘 있는 손을 통해 ‘피해자’가 아닌 ‘주체적 존재’로서의 어머니상을 형상화했다.
또 하나의 작품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한 이해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설치작으로, 이번 전시에는 그중 30점이 소개되었다. 신 팀장은 “윤석남의 시선은 여성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존재를 향해 있었음을 이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