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af Seoul 2025는 ‘공진(共振)’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국내외 20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막했다. 이번 아트페어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동시에 세계 미술시장과의 흐름을 교차시킨 자리로, 관객과 작가, 그리고 갤러리스트가 함께 예술의 동시대성을 확인하는 무대가 되었다.

9월 4일 오후 2시, 아트코리아방송 이승근 관장은 e-jung GALLERY 부스에서 보리윤 작가와 마주 앉아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대화는 단순히 작품 설명을 넘어, 현대미술의 언어와 동시대적 고민을 어떻게 예술적 형식으로 담아내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었다.

아트코리아방송 이승근 관장과 보리윤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이승근 관장과 보리윤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Weaving a Story-flower’의 의미
보리윤 작가는 이번에 출품한 ‘Weaving a Story-flower’를 두고 “단순히 콜라주라는 범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운을 뗐다. 종이를 염색하고 재단하여 붓질 대신 색을 쌓아 올린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실험을 넘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포착하는 행위였다. 잡지에서 발췌한 기사와 이미지 조각들은 사회적 모순, 경제 문제, 연예계 스캔들, 일상의 파편을 담고 있으며,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결국 아름다운 꽃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미(美)로 승화되는 예술적 직조 행위로서, 제목 그대로 ‘이야기를 엮어낸 꽃’이다.

여백과 동시대성
이승근 관장이 지적했듯, 보리윤의 작업에는 한국적 미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여백의 미’가 깊게 스며 있다. 처음에는 화면을 가득 채우던 콜라주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가는 스스로의 호흡을 위해 공간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화면 속 꽃과 여백은 단순한 조형을 넘어, 비움과 채움이 교차하는 철학적 풍경을 만든다. 보리윤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는 무의미하다”며,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해체와 재구성의 언어를 자신의 작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해내고 있었다.

꽃과 무기, 삶의 양면성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꽃뿐 아니라 총, 권총, 전투기 같은 무기 이미지를 동시에 다루어 왔다는 사실이다. 연약한 식물과 차가운 무기의 병치는 생명성과 파괴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동시대인의 삶이 지닌 양면성을 은유한다. 작가는 “삶의 현실 속 충돌과 모순을 어떻게 미학적으로 풀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작품 안에 사회적 함의를 압축한다.

-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가의 내공과 앞으로의 행보
보리윤의 작품은 잡지 속 단편적 이야기들을 해체하여 꽃이라는 조형적 상징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현대적 시(詩)’가 된다. 인터뷰 말미에 작가는 “앞으로도 꽃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와 상반적 언어를 이어가며 생명성과 그것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녀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와 철학적 깊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작가임을 보여준다.

Kiaf Seoul 2025의 e-jung GALLERY 부스에서 만난 보리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던지는 중요한 화두였다. 그녀의 작품은 해체와 재구성, 채움과 비움, 아름다움과 모순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동시대의 삶을 꿰뚫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전시 소개를 넘어, 한국 작가가 세계 시장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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