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가을, 한국 미술계는 국제 아트마켓의 중심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Kiaf Seoul 2025, Frieze Seoul 2025, 그리고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Tokyo Gendai 2025까지, 동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진 굵직한 아트페어들은 한국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kashi Murakami-무라카미 다카시A Picture of the Blessed Lion Who Nestles with the Secrets of Death and Life, 2014Acrylic and gold leaf on canvas mounted on wood panel, in 4 parts-나무 패널, 캔버스에 아크릴, 금박300 x 600 c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kashi Murakami-무라카미 다카시A Picture of the Blessed Lion Who Nestles with the Secrets of Death and Life, 2014Acrylic and gold leaf on canvas mounted on wood panel, in 4 parts-나무 패널, 캔버스에 아크릴, 금박300 x 600 c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Kiaf Seoul 2025 – 선화랑,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와 확장
4회를 맞은 키아프는 ‘공진(共振)’을 주제로 국내외 200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그중 선화랑은 1977년 개관 이래 한국 미술사와 함께 걸어온 발자취를 바탕으로, 원로·중견·신진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곽훈, 우병윤 등 원로 작가의 깊이 있는 작업과 강유진, 송지연 등 젊은 세대의 실험적 작품을 나란히 배치하며, 한국 미술의 역사성과 동시대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선화랑의 큐레이션은 키아프의 주제처럼 세대와 장르의 ‘공진’을 이끌어내며, 한국 갤러리의 역할과 무게감을 각인시켰다.

SUN GALLERY Hero Swallowing Sky-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SUN GALLERY Hero Swallowing Sky-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SUN GALLERY 채은미 (2)-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SUN GALLERY 채은미 (2)-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Frieze Seoul 2025 – 가고시안, 세계 시장과 한국 시장의 교차점
세계 최대 메가 갤러리 가고시안은 Booth C9에서 무라카미 다카시, 에드 루셰, 마우리치오 카텔란, 줄리 커티스, 존 커린, 싸이 톰블리, 백남준, 사라 제 등 거장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백남준 출품은 한국 컬렉터와 국제 시장을 잇는 상징적 선택이었다. 가고시안의 부스는 20세기 거장의 유산과 21세기 동시대 작가의 실험을 한 자리에 배치함으로써, 세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메가 갤러리의 압도적 존재감은 한국 미술계에 과제도 남겼다. 국제 시장의 흐름을 한국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자국 갤러리와 작가의 자생력 강화라는 도전이 더 크게 다가온 것이다.

Nam June Paik-백남준 Untitled (Painting), 2005 Oil on canvas-캔버스에 유화 61 x 76.2 c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Nam June Paik-백남준 Untitled (Painting), 2005 Oil on canvas-캔버스에 유화 61 x 76.2 cm-사진촬영 김한정 기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Tom Wesselmann-톰 워셀만 Little Seascape #2, 1965 Printed paper and paint on board / 패널, 프린트 종이 및 페인트 40.5 x 46 x 7.6 cm (framed)-사진촬영 김한정 기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Tom Wesselmann-톰 워셀만 Little Seascape #2, 1965 Printed paper and paint on board / 패널, 프린트 종이 및 페인트 40.5 x 46 x 7.6 cm (framed)-사진촬영 김한정 기자-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Tokyo Gendai 2025 – 조현화랑, 한국 동시대 미술의 확장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도쿄 겐다이에서 조현화랑은 Galleries 섹터와 특별 SATO 섹터를 동시에 운영하며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선보였다.

박서보의 후기 ‘연필묘법’은 한국 단색화의 유산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고, 이배는 숯의 근원적 에너지를 드로잉과 조각으로 확장해 보여주었다. 김택상은 물과 색의 흐름을 통한 치유적 회화를, 키시오 스가는 모노하의 철학을, 이소연은 심리적 자화상을 제시하며 동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긴장을 드러냈다.

특히 김택상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은 ‘과정으로서의 회화’를 강조하며, 한국 회화가 국제적 담론 속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Johyun Gallery] Kim Taek Sang, Resonance 25-1, 2025, Water Acrylic on Canvas, 129 x 127 x 3 cm
[Johyun Gallery] Kim Taek Sang, Resonance 25-1, 2025, Water Acrylic on Canvas, 129 x 127 x 3 cm
[Johyun Gallery] Lee So Yeun, Black Rabbit Mask, 2024, Oil on Canvas, 116.8 x 91 cm
[Johyun Gallery] Lee So Yeun, Black Rabbit Mask, 2024, Oil on Canvas, 116.8 x 91 cm

한국 미술의 현주소와 과제
국제 아트페어 2025는 한국 미술이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로 자리매김했음을 분명히 했다.

Kiaf는 한국 갤러리의 뿌리와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였고,
Frieze Seoul은 메가 갤러리의 전략을 통해 한국 시장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으며, Tokyo Gendai는 한국 작가와 갤러리가 동아시아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미술계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자생력 강화 – 국제 메가 갤러리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갤러리와 작가들이 스스로 국제 무대를 개척할 수 있는 구조 마련.

담론 생산 – 단순 거래를 넘어 한국 미술이 제안할 수 있는 철학과 비평적 담론을 강화해야 한다.

세대 교차 – 원로 작가의 유산과 신진 작가의 실험을 연결하는 균형 있는 시장과 전시 플랫폼 구축.

결론 – 한국, 세계 미술시장의 새로운 무대
2025년 국제 아트페어의 풍경은 한국이 이제 단순 소비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미술의 축을 형성하는 공간이 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그 중심에서 한국 미술이 진정한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제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자립적 생태계, 그리고 한국만의 독자적 언어를 구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국제 아트페어 2025는 한국 미술의 위상을 확인시킨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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