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ON ROMANTIQUE 2 : with Artist BAE JOON SUNG',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개최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의 9월은 이제 단순한 계절의 전환기가 아니라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시기다.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가 나란히 열리며, 패션위크까지 더해진 서울은 글로벌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더 트리니티 갤러리(대표 박소정)가 준비한 특별한 실험, 'SALON ROMANTIQUE 2 : with Artist BAE JOON SUNG'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떠오른다.
살롱, 그리고 귀환
18세기 프랑스의 살롱은 단순한 사교 모임이 아니었다. 철학과 미술, 음악과 문학이 교차하는 지성의 장이자, 새로운 담론이 탄생하던 공간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살롱의 전통을 오늘날 서울, 그것도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파리스 바라는 공간으로 불러낸다. 장소의 클래식한 프렌치 무드는 배준성 작가가 주로 차용해온 유럽 뮤지엄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살롱적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배준성의 렌티큘러, 보는 행위를 해체하다
렌티큘러와 회화를 결합한 배준성의 작업은 고전과 동시대, 회화와 사진, 고정된 시선과 변화하는 움직임을 한 프레임 안에서 교차시킨다. 관람자가 이동하는 순간 이미지는 전환되고, 보는 행위 자체가 해체된다.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는 18세기 살롱에서 ‘대화’와 ‘교류’가 본질이었던 것처럼, 오늘날 예술을 향유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음악과 회화, 교차하는 감각
행사에는 음악 큐레이터로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참여했다. 그는 “배준성의 작품은 두 개의 자아가 한 사람 안에서 손을 맞잡고 추는 탱고 같다”고 해석하며,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했다. 관객은 회화적 장면과 음악적 감흥이 서로 공명하는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듣고, 들리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감각의 교차를 통한 예술적 대화다.
서울, 살롱적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서울은 오랫동안 ‘박람회’와 ‘페스티벌’ 중심의 문화 행사를 즐겨왔다. 그러나 살롱은 다르다. 단순히 작품을 보고 사는 자리가 아니라, 예술과 사유가 뒤섞이는 대화의 장이다. 이번 'SALON ROMANTIQUE 2'가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오늘날 서울이 세계 아트 신(scene)의 중심으로 부상하려면, 대형 페어와 함께 이런 친밀하고도 지적인 실험들이 꾸준히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살롱의 귀환
박소정 대표는 “살롱의 본질이었던 대화와 교류를 오늘날의 언어로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프리즈 서울 위크의 화려한 국제 행사 속에서, 예술이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환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SALON ROMANTIQUE 2'는 결국 질문을 던진다. 서울은 단순한 글로벌 미술 장터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예술적 대화와 사유가 살아 숨 쉬는 ‘현대적 살롱’의 도시로 나아갈 것인가. 이번 행사가 남긴 울림은 바로 그 선택지 위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