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매카더 비니온(McArthur Binion)의 개인전 'Notes on Form (Intimate Structures)'가 오는 2025년 9월 19일부터 12월 14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대학교 미술관(Georgetown University Art Galleries)'에서 개최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매뉴얼 비니온 (McArthur Binion, b.1946)'의 개인전이 열리며, 그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니멀리즘의 기하학적 질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 개인적 기억과 흑인 정체성을 심층적으로 새겨 넣은 ‘Intimate Structures’를 주제로 한다.

해외전시-매카더 비니온(McArthur Binion) 개인전 'Notes on Form (Intimate Structures)'
해외전시-매카더 비니온(McArthur Binion) 개인전 'Notes on Form (Intimate Structures)'

그리드 위에 새겨진 개인의 서사
비니온은 자신의 모든 작업을 '자화상(self-portrait)'이라 지칭한다. 그는 캔버스 위에 오일 스틱과 잉크로 촘촘한 격자선을 그린 뒤, 그 아래에 출생 증명서, 가족 사진, 주소록 페이지, 어린 시절 집의 이미지 등 개인적 기록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회화적 실험을 넘어, 작가가 명명한 ‘under conscious(잠재된 의식)’ 곧 개인사와 집단적 기억이 얽힌 무의식적 층위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미니멀리즘의 차가움에서 인간적 울림으로
비니온의 화면은 겉보기에 미니멀리즘의 대표적 형식인 그리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미니멀리즘의 비인격적이고 차갑게 느껴지는 미학과는 다른 길을 간다. 격자의 반복과 질서 속에서도, 그가 직접 문지르고 쌓아올린 선들은 리듬과 촉각성을 불러일으키며, 화면은 작가의 숨결과 손길로 가득 채워진다.

그는 이를 두고 “남부 흑인의 태도(a southern Black attitude)”라고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형식의 변주가 아니라, 미술사의 주류에서 배제되어온 흑인 예술가의 정체성과 감각을 드러내는 선언적 태도라 할 수 있다.

해외전시-매카더 비니온(McArthur Binion) 개인전 'Notes on Form (Intimate Structures)'
해외전시-매카더 비니온(McArthur Binion) 개인전 'Notes on Form (Intimate Structures)'

‘Primary Structures’에서 ‘Intimate Structures’로
이번 전시의 제목은 1966년 유대인 미술관(Jewish Museum)에서 열린 역사적 전시 'Primary Structures'를 환기한다. 당시 전시는 미니멀리즘 조각을 질서와 통제의 미학으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비니온은 이에 응답하듯 ‘Intimate Structures(내밀한 구조)’라는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통제보다는 기억, 질서보다는 감각, 추상보다는 개인의 삶을 증언한다.

결론
매뉴얼 비니온의 이번 전시는 미니멀리즘이 지닌 역사적 유산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도,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기억을 화면 속에 심층적으로 새겨 넣는다. 그리드는 더 이상 단순한 형식적 장치가 아니라, 삶의 흔적과 감정, 그리고 문화적 경험이 교차하는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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