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김종근 (미술평론가)

당대 중국 최고의 서화가 제백석(齊白石)은 그림을 그릴 때는 "너무 닮게 그리지도 말고, 너무 닮지 않게 그리지도 마라. 닮지 않으면 터무니없고, 너무 닮으면 모방으로 보인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러한 화론을 바탕으로 제백석은 문인화에서 서민의 생활과 전통적 풍경을 심도 있게 그려내어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등극했다.

회화에서 개성과 사실성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고, 주제도 꽃, 새, 곤충, 물고기, 새우 등을 수묵의 농도, 선의 강약과 붓질의 과감한 터치로 화폭을 평정했다.
마침내 60대에 독창적인 조형 어법을 창조하여 사물의 본질을 묘사하면서, 생명력 있는 작품 창조의 경지에 도달, 명품을 남길 수 있었다.

우정 정응균 작가의 작품을 보면 45년 동안 문인화를 탐구하고 작품활동을 해온 경륜이 거의 전 작품에서 골고루 쉽게 읽혀진다. 
무엇보다 정형화된 틀을 넘나드는 창의적인 작업 태도도 인상적이다. 그 열정이 전통적인 필법을 뛰어넘어 휘몰아치는 태풍과 수려한 필치의 독특한 화면으로 태어난다.
특히 동양회화의 특징인 정신적 수양과 자연의 질서를 지니면서 문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묵에 세계와 구성, 그리고 색채만으로도 정응균의 내공이 가득한 충실한 작품이 가능한 것이다.

이미 정응균은 전통적인 화법을 바탕으로 하면서 필력이 느껴지는 강렬한 필선으로 여백을 자유롭게 살려낸다. 그리하여 온화하고 부드러운 화면으로 살아있는 선율과 이미지로 문인화의 새로운 매력에 젖어 들게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거침없는 붓질과 파격적인 필선에 거기다 능숙한 세련미와 속도감을 부여하여 정숙한 문인화의 묵향은 매우 흥미롭고, 주목하여 정응균의 특질을 살리고 있다.

주제를 아우르는 화폭의 안정감과 긴장감이 이미 문인 화가의 경력에서 넉넉한 사물과 풍경을 세련미는 작가 마음의 경지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얀 화선지에 집중과 몰입으로 까만 먹의 자취와 여백, 멋들어진 그림과 인생의 질곡 속에서도 작업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작용하여 만나는 감성에서 나오는 순간순간을 포착하여 추구했던 스토리와 형상은 물성으로 물과 묵의 물성적 효과를 바로 목말라 질주하는 한편 춤추는 작업세계로 승화”시키고자 한다는 열정과 의지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거의 전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 간결하고 여백을 중시한 정응균 문인화의 특색은 그래서 단순하되 심심하지 않으며, 담백하되 지루하지 않다.
이것으로 이미 정응균 작가는 회화구성의 원리와 작품이 가져야 할 가치와 의미를 충실하게 갖추어온 작가임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그의 작품에는 독창적인 기법의 구축을 위해 너무 문인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 세계와 감성을 아우르는 모티브들도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대나무 숲의 표현인데 문인화의 대나무 묘사를 지향하여 입체적인 풍경으로 화풍을 옮겨가는 그만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화법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 문인화의 형식을 과감하게 넘어서고자 하는 예술가의 의지이다. 그러한 의지가 작가의 마음속에 다양한 표현의 감성으로 표출되어 현재의 작품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서 정응균 작가 작품의 가장 돋보이고 주목할 만 것은 무엇보다 삶의 풍경과 이미지를 먹의 농담에 따라서 새로운 문인 화풍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마리 고양이를 담은 화폭은 그 점에서 서정적이고 정겹다.
그런 작가 내면의 욕구를 스스로 “내 몸과 마음에서 나와야 그 작품이 춤을 추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그림이 된다는 믿음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문인화로 승화시켰다."라는 자전적인 평가도 상징하는 바가 가볍지 않다.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오랫동안 가진 문인화에 대한 인식과 고정관념을 넘어서거나 깨려는 정응균의 도전적인 실험과 정체성 탐구는 이미 문인화 작가로서는 쉽지 않은 대형 화면의 대나무 숲 실험작에서 기대되고 눈여겨 볼만하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수묵의 역동적인 필선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입체적인 공간 구성도 이 작가만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그 가운데 가장 작가가 예민하게 작업하고 있는 ”대나무 숲에서“ 그리고 갈필법의 붓질과 힘들이 응축되어 있는 ”파초“ 나 ”동틀 무렵“ ”파초의 꿈“ 화폭에 작품들과 입체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폭포“나 ”대숲 속에서 “가 필자는 관심은 물론 흥미롭다.
이러한 그의 수묵 담채의 의지가 단순히 문인화의 형식적 내용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음은 과정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에게 조심스럽게 제안을 건네고 싶다. 너무 소재주의에도 빠지면 안 되지만, 특정한 모티브를 집중적으로 깊이 있게 작품으로 형상화해서 그만의 회화세계를 이제는 열어 보이며 어떨까 생각한다.
이미 작가는 많은 대작을 통해서 문인화의 단순과 간결함이 주는 예술성과 조형성을 몇 가지 혁신적인 기법과 실험적인 형태로 진행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내용과 형식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은 분명히 작가에게 또 다른 독창성과 조형적 가치가 풍부한 미래 비상할 것이다. 
제백석의 서두에 명언은 어쩌면 바로 정응균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축, 완성하라는 메시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거침없는 붓질의 힘, 그 수묵과 담채의 언어- 정응균 -사진제공 김종근 미술평론가

아마도 정응균의 강인한 필력과 광풍 같은 실력과 경륜의 화폭이 우리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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