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나폴리의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는 2025년  9월 6일까지 젊은 이탈리아 작가 셀레네 카르디아(1995, 사르데냐)의 첫 개인전 'Chiodi d’ambra(호박색 못)'를 개최한다. 전시는 6월 12일 오후 7시, 작가의 참석과 함께 막을 올렸다.

셀레네 카르디아-티 펜소, 논 티 펜소 I , 2025. 캔버스에 유채. 150 x 100cm (59.1 x 39.4인치)-사진제공 셀레네 카르디아,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
셀레네 카르디아-티 펜소, 논 티 펜소 I , 2025. 캔버스에 유채. 150 x 100cm (59.1 x 39.4인치)-사진제공 셀레네 카르디아,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

카르디아는 사르데냐 출신으로, 회화 속에서 시간을 단순한 흐름이 아닌 구조적 힘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녀의 작업 과정은 캔버스에 프라이머를 바르고 안료를 쌓아 올리는 반복적이고 고요한 몸짓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단순한 과시가 아닌 ‘시간에 머무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카르디아에게 회화는 순간의 덧없음을 붙잡아 안정시키는 ‘정박의 행위’이다.

작가의 고향 사르데냐와 맺는 내적 연결은 단순한 풍경 재현이 아니라, 그녀의 창작 속도와 호흡에 내재된 지리적 감각을 통해 드러난다. 농촌과 도시, 추상과 현실은 그녀의 회화에서 대립이 아닌 공존의 층위를 이루며, 이는 표면을 가득 채운 침묵과 사유로 나타난다.

셀레네 카르디아-티 펜소, 비 티 펜소 II , 2025. 150 x 100cm (59.1 x 39.4인치)-사진제공 셀레네 카르디아,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
셀레네 카르디아-티 펜소, 비 티 펜소 II , 2025. 150 x 100cm (59.1 x 39.4인치)-사진제공 셀레네 카르디아,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

전시 제목 'Chiodi d’ambra'는 천일야화에서 차용된 구절로, ‘못’과 ‘호박색’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못은 고정과 폭력성을, 호박색은 시간 속에서 보존되는 투명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양극성은 카르디아가 회화를 통해 구현하는 핵심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녀에게 회화는 파괴가 아니라 피난처이며,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지속과 초월을 약속하는 예술적 응답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세 점의 작품은 모두 'Ti penso, non ti penso(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동일한 제목을 갖는다. 이는 언어가 아닌 피부의 기억처럼, 감각에 의한 신체적 구문으로 표면화된 작품들이다. 각 붓놀림은 근접과 거리, 발화와 침묵 사이의 협상이며, 타자의 존재를 은유적으로 구축하고 해체한다.

셀레네 카르디아-티 에프소, 논 티 에프소 , 2025. 캔버스에 유채. 100 x 150cm (39.4 x 59.1인치)-사진제공 셀레네 카르디아,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
셀레네 카르디아-티 에프소, 논 티 에프소 , 2025. 캔버스에 유채. 100 x 150cm (39.4 x 59.1인치)-사진제공 셀레네 카르디아, 알폰소 아르티아코 갤러리

회화 속에서는 짙은 황토색, 은은한 녹색, 칙칙한 분홍색, 그리고 녹아내린 듯한 회색이 서로 교차한다. 밀도 높은 물질감 속에서도 반투명하게 숨 쉬는 표면은 묘사적 풍경이 아니라 상상의 지형으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사막의 고요, 바다의 예감, 길가에서 스쳐 지나가는 정원의 단편들이 작품 속에서 비스듬히 드러난다.

셀레네 카르디아의 첫 개인전 'Chiodi d’ambra'는 단순한 회화 전시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 불안과 지속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모호함을 하나의 배려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는, 오늘날 회화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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