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왜 지금 복원하나?
관람 환경 변화: 시스티나 성당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방문객 밀집 공간입니다. 호흡에서 나온 CO₂·수증기, 의복 먼지·미세입자, 땀과 유기산이 벽화 표면에 입자막·박막 오염층을 만듭니다.
재료 노화: 1990년대 대규모 보존 이후 30여 년이 지나면서, 당시 사용된 국부 접착·보강제가 국소적으로 경화·황변하거나, 미세 박락부(얇은 색층 들뜸)가 새로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세 균열·소금 결정: 미세 진동·미세기후 변화로 석회 기반 몰탈(부온 프레스코)의 카보네이트 매트릭스에 미세 균열, 염류 재결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6 프로젝트는 “대청소”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한 미세 보존(Preventive+Minimal Treatment)**에 가깝습니다.
‘최후의 심판’은 어떤 재료·기법인가
부온 프레스코(buon fresco): 석회 플라스터(아리초–인트나코) 위에 젖은 상태에서 안료를 올려, 석회가 탄산칼슘으로 굳으며 색을 포섭합니다(내구성 높음).
아 세코(a secco): 건조 후 덧칠. 파랑(청금석·아주라이트)·하이라이트 일부에서 쓰였고,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죠르나타(giornata): 하루 작업 분할 경계. 복원 시 균열·박락이 이 선을 따라 나타나는지 면밀히 점검합니다.
2026 복원, 실제로 이렇게 진행된다
A. 진단·기록
다중 분광·UV·IR 반사·형광 영상, 고해상도 매핑으로 오염·박락·염류·미세균막을 층위별 지도화.
마이크로 샘플링(필요 최소): 단면(폴리싱 섹션) 분석으로 오염층/바인더 종류(단백질·당·수지 등) 파악.
3D 라이다/포토그래메트리: 표면 기복·균열 네트워크 밀리미터급 격자 기록.
환경 로그: 온·습·CO₂·미세먼지 실시간 센싱 → 공조·조도 세팅에 반영.
B. 건식·습식 클리닝(오염 제거의 ‘맞춤 처방’)
건식: 미세 섬유 스폰지, 고무가루·연필지우개형 드라이 클리닝, 스칼펠 미시적 제거로 입자성 때막 최소 제거.
습식·젤:
탄산암모늄/암모늄카보네이트 젤: 훈증 그을음·황산염 박막 완화.
킬레이트(EDTA 유도체)·중성 pH 젤: 금속성 오염·경화막 선택적 완화.
효소 젤(프로테아제·아밀라제): 과거 동물성 아교·전분성 바인더 제거에 적합.
용매-수분 하이브리드 젤: 아 세코층 용해 위험을 낮추며 선택적 팽윤.
모든 용액은 가역성·저잔류성·국소 적용 원칙. 시험 패치→확증 후 확대 적용.
C. 구조 보강·재부착
미세 박락 재접착: 석회수·나노라임(알코올 분산 Ca(OH)₂), 극소량 B-72(아크릴 공중합체) 등 가역 재료로 색층 하부에 카프릴라리(모세관) 주입.
탈착·공동부 그라우팅: 수리석회+미세골재 슬러리로 공극充填. 시멘트·경성 수지는 지양.
미세 균열: 미장용 석회 페이스트로 채움 후, 수채/아라비아 고무 기반 물감으로 톤 통일.
D. 보완 채색(리터치) – 윤리 기준
트라테조(tratteggio)/리니어 리터치: 일반 관람거리에서는 통일감, 근거리에서는 보완부가 식별되도록 선격자 기법 적용.
역사적 개입 존중: 다니엘레 다 볼테라의 ‘브라게톤(속살 가림)’은 역사층으로 존중하되, 구조·안정성에 따라 기록·보존이 원칙.
E. 사후 관리
조도·스펙트럼: LED로 블루 피크 억제(광산화 최소), 50–100룩스 안팎 유지.
공조·기류: 바닥 송풍·배기, 미세먼지 필터링, 인원·체류시간 동적 제어.
표면 모니터링: 근적외선 반사·UV 사진 정기 비교로 재오염·변색 조기 탐지.
4) 과거 복원, 무엇을 배웠나 (핵심 연표)
1560년대: 트리엔트 공의회 직후 다니엘레 다 볼테라가 누드 위에 천·드레이퍼리 덧칠(‘브라게톤’ 별칭의 유래).
17–18세기: 촛불 그을음·바니시·아교 코팅·국부 재도색. 광택 막과 황변층을 남김.
1930년대: 바티칸 공식 보존팀이 안정화·보수. 그러나 단백질성 바인더가 후변색 리스크로 지목됨.
1980–90년대: 천장(1980–90)–제단벽(‘최후의 심판’, 1990–94) 순차 대규모 복원(콜라루치 팀).
성과: 그을음·바니시 제거로 원 팔레트(선명한 소성·검푸른/연청, 분홍·살구색, 짙은 녹) 재발견, 미켈란젤로의 부온 프레스코 중심 작업이 확인됨.
논쟁: “아 세코 마감까지 과도 제거” 비판 vs “오염·후대 막층의 박리” 옹호.
유산: 이후 가역성·최소개입·고해상도 기록이 국제 표준으로 굳어짐.
5) 2026 프로젝트의 관전 포인트
클리닝의 ‘톤’: 1990년대처럼 대대적 탈막이 아니라, 저강도·선택적 정화가 유력. 결과는 “색의 투명감·공기의 깊이” 회복 쪽에 가까울 전망.
미세 보존 기술의 집약: 효소 젤·나노라임·저잔류 겔 시스템 등 21세기 보존 과학이 전면 적용.
해석의 재정교화: 다중분광 기록으로, 미켈란젤로의 죠르나타 운용·수정 흔적(페인터리 펜티멘토)과 색채 레이어가 더 정밀하게 읽힐 가능성.
관람 경험: 조도·동선·인원 관리 최적화로, 눈부심·반사가 줄고 콘트라스트가 개선된 시지각 품질을 기대.
6) 라파엘로 ‘로지아’ 동시대 보존과의 연결
장식·도상 체계(그로테스크) 보존과 미세 환경 제어라는 공통 과제를 공유. 두 프로젝트는 바티칸이 “물질·의미 동시 보존” 원칙을 실천하는 쌍두마차입니다.
7) 짧은 용어집
부온 프레스코: 젖은 석회 바탕 위에 안료 → 석회탄산화로 색이 석화.
아 세코: 건조 후 접착 바인더와 함께 덧칠(상대적으로 취약).
죠르나타: 하루치 작업 경계. 복원 맵핑의 기본 단위.
나노라임: 나노 크기 수산화칼슘 현탁액. 석회 기반 재료와 화학적으로 친화.
트라테조: 선 격자 보완 채색. 멀리는 통일·가까이는 식별.
결론
이번 복원은 “더 밝게”가 아니라 “더 오래, 더 정확히”를 목표로 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젖은 석회 위에 구축한 색과 형태, 그리고 5세기가 남긴 역사적 층위를 최소 개입·최대 기록의 윤리 아래 재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결과적으로 관람객은 공기감·심도·색의 투명성이 되살아난 화면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고, 연구자는 더 정교한 데이터로 작품의 제작·변형·수용의 역사를 새로 서술할 토대를 얻게 됩니다.

